치매노인 지원책 미미…서민층 위한 지원확대를

수년 전부터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치매환자를 돌보는 역할에 대해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치매가족 상담센터의 상담원들은 “치매노인 가족들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될 뿐 아니라 주 수발인의 고충은 너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 치매노인의 주요 간병인은 80% 이상이 여성, 특히 가부장적인 가족제도 하에서 주로 며느리가 맡고 있다.

월 150 내도 입소 ‘하늘의 별따기'

치매환자를 간병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모셔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르다”고 말한다. 환자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어 자신의 생활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데다가 이들이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송파노인복지관의 치매노인 단기보호시설 조옥주 과장은 “아직까지는 우리의 인식이 부모를 시설에 맡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시설을 찾는 사람들은 모두 겪을 만큼 겪고 나서 더 이상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깨달을 때 눈물을 머금고 찾아오는 분들”이라고 말한다.

조 과장은 “상담을 해 오면서 집에서 모시는 것이 효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치매노인들에게는 무엇보다 정신적인 지지가 필요한데 간병인들이 너무 지쳐서 오히려 환자에게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치매가족회는 전화상담의 62%가 요양시설을 문의하는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이 치매노인을 맡길 수 있는 시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낮 시간만 보호를 해주는 주간보호기관과 며칠에서 몇 주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기보호시설, 그리고 노인전문요양시설과 병원의 치매센터 등이다.

그러나 주간보호시설과 단기보호시설의 경우 치매전문 보호센터는 드물어 서울에 10개 미만이고 그나마도 중증 환자이거나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받아주지 않는다. 서부치매노인주간보호센터 김의순 시설장은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가 10만원 정도 돈을 내고 이용할 수 있지만 그나마도 내지 못하는 형편의 사람들이 있고, 거리가 멀어 차로 모시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각 시군 단위로 치매요양병원을 도입하고 치매노인 주간보호시설을 2003년까지 200개, 단기보호시설을 70개로 확대하고 가정봉사원 파견센터도 170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치매노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수혜자가 상당히 한정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단기보호시설만 해도 이용하려면 최소 월 120∼15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그나마도 시설부족으로 입소신청자가 줄을 지어 있다. 또 보호와 더불어 치료를 병행하는 병원의 치매센터는 간병인의 인건비까지 수백만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전문 간호사와 프로그램을 갖춘 전문요양기관의 경우는 입소비만 해도 억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치매노인종합상담센터 김희정 사회복지사는 “현재 정부의 치매노인 지원책은 생활보호대상자이거나 중상류층 노인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양극화된 양상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김씨는 “많은 가족들이 50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선에서 국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며 “다수 서민층이 의지할 수 있는 시설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발인도 좀 쉬어야 살지”

우리 나라에는 30만여명의 치매환자가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사실상 첫 걸음을 떼는 단계다. 한편 해마다 치매 시부모를 공양해 온 효부상이 국가의 포상과 함께 부각되고 TV에서는 자기주장이 강한 신세대 여주인공이 치매 할머니를 진심으로 모시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다. 노인복지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지금에도 언론은 ‘역시 며느리!’라며 가부장제 안에서의 여성의 효심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치매노인 전문간호사와 간병인들은 “수발인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능한 지금 상황에서는 가족들이 경제적으로나 육체적, 심리적으로 간병의 부담을 함께 져야 합니다.”(송파노인복지관 조옥주 과장)

치매종합상담전화 (02)3431-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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