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공간과 연결된 아늑함 주기

우선 삭막한 콘크리트가 드러나는 페인트칠을 회벽칠로 바꾸었다. 베란다가 기능상 실내공간과 구분되지 않듯이 전체적인 느낌도 아늑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얀 회벽은 햇살을 받아 눈부실 만큼 깨끗하게 느껴지고, 투박한 질감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타일바닥 위에는 거실과 같은 느낌의 우드륨을 깔았다. 그리고 따뜻한 햇빛을 가장 예쁘게 통과시켜주는 광목으로 로만쉐이드 커튼을 만들었다.

광목은 방축가공이 된 경우라도 세탁 후 비교적 많이 수축되므로 제작할 때 치수를 넉넉하게 생각해야 한다. 로만쉐이드는 가로치수를 짧게 여러 개를 드리우는 것이 낫고, 접히는 단 사이 간격을 다소 좁게 잡아 단수를 늘리는 것이 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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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원 만들기

남편이 어느 날 또 기다란 포장박스를 들고 왔다. 촘촘히 박힌 큰못을 뽑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길이며 크기가 화분대 만들기에 적격이었다. 화분대 두 단에 조르르 작은 화분들을 올리니 미니 정원이 되었다. 천장에는 쇠줄로 고리를 고정해서 푸른 잎새를 늘어뜨려 위아래로 싱그럽게 푸르름을 채웠다.

하지만, 한편에 천장부터 바닥까지 버티고 선 플라스틱 재질의 배수파이프는 아무리 자연스럽게 꾸미더라도 눈에 거슬리는 풍경일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퍼티로 파이프를 나무 표면의 느낌이 나도록 거칠게 바르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칠했다. 그리고 아이비 조화를 늘어진 잎사귀처럼 고정시켰다. 베란다에 나무 한 그루가 자라기 시작한 듯 했다. 그 골칫덩어리가 푸른 나무 모양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아이방 베란다는 놀이 공간으로 확장하기

아이방 쪽 베란다 입구에 봉을 고정하고 시원한 줄무늬 천으로 밸런스 커튼을 만들어 아이만의 독립된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전히 나 혼자 집성목으로 사각 상자를 짜서 모래놀이 상자를 만들어 보았다. 바닷가에서 한가득 퍼온 모래를 가득 담았다. 아이는 조개껍데기, 길거리에서 보물처럼 주워온 돌멩이, 산에서 집어온 도토리, 여러 모양의 단추하며 아이의 온갖 놀이감들을 다 가지고 와서 한참동안 잘도 논다.

한쪽 벽에 달린 밋밋한 벽장문에는 함석판을 격자모양으로 붙이고 알록달록한 모양으로 장식하고 모자며 가방들을 걸어두는 고리를 박았더니 제법 아득해졌다. 아쉽게도 창문 바깥쪽으로 에어컨 실외기 설치대가 있어 구름모양의 부직포 판으로 가리고 나무와 꽃, 여러 인형 모양을 만들어 붙일 수 있게 했더니 금새 작은 놀이방 하나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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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공간 만들기

나는 필요가 없는 물건은 즉시 집에서 치운다. 필요한 사람에게 미련 없이 주거나, 팔릴 만한 경우에는 벼룩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이불이나 옷이 많은 집이라면 곤란하겠지만, 우리집의 경우는 여벌의 이불과 철지난 옷가지들, 여행가방이며 전기청소기 등을 넣어두는 데 베란다 벽장 하나면 충분했다(우리 집에는 장롱이 없다). 벽장 속에 칸을 적당하게 나누고 걸어두는 옷을 위한 봉을 달고, 붙박이식의 작은 수납장도 용도에 맞게 짜넣었다. 문 안쪽으로도 봉과 고리들을 고정해서 작은 가방류를 걸어두었더니 잡동사니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최정희/ 자연주의를 실천하며 사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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