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제 ·퀴어문화축제 등 다양한 프린지축제 확산

고상함을 거부하고 주류를 거부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서 한바탕 흥겨운 축제를 여는 곳. 바로 그 축제의 장인 ‘독립예술제’. 지난 7일부터 오는 23일까지 홍대 일대에서 벌어질 이 축제는 올해로 4회를 맞이한다.

제도적 절차에 대한 순응을 거부하고 검열이나 제한없이 맘껏 예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독립예술제가 마련된 의의다.

참여하는 비주류에는 미래의 주류가 될 이와 비주류로 남기 원하는 이가 함께 한다. 창작을 원하는 이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그 작품의 평은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분야의 제한도 없다. 음악·미술·단편영화·공연·거리예술제가 독특한 자기만의 이름을 내걸고 펼쳐진다.

“하고 싶으니까, 재미있으니까, 맘껏 보여주고 싶어 참여했다”는 서울예대 마임동아리 판토스의 정명필(21)씨처럼 공연장과 전시장, 거리 곳곳에는 자신을 보여주려는 이와 보려는 이로 북적인다.

이번 축제에 참가한 이들은 개인 및 421개 단체의 1700여명. 1회 때 84개 단체였던 것에 비해 무려 5배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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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예술제 개막행사

독립예술제를 기획해 1회 때부터 지금까지 이끌어 온 이규석(31) 집행위원장은 “외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프린지 축제가 국내에는 없어 젊은 예술인들이 활동할 장이 없었다”며 “문화예술의 기초를 다지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이런 비주류문화는 주류문화와는 다른 대중적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공연계가 모두 선생님과 국가대표급으로만 이뤄져 젊은이들이 맘껏 뛰어 놀 공간이 없었지요. 2회 때부터 여기서 맘껏 뛰어 노니 해외연극제에도 초대되고 국내에서도 오라는 곳이 많더군요”

이번 예술제에서 ‘마이 올드 자이언트 슈즈’란 발레·마임·퍼포먼스가 복합된 공연과‘이소룡을 찾아라!’라는 뮤직비디오와 영화를 제작해 제출한 실험영화 프로젝트집단 ‘몽골몽골’의 강론 감독의 말처럼 비주류이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게 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영화평론가 이효인씨는 독립영화제와 같은 프린지 문화제에 대해“제도권내에 있기를 거부하고 예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비주류들의 등장은 청년문화를 새롭게 형성했고 문화의 소비자들이 참여자로 바뀔 수 있는 기회”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비주류를 위한 문화가 유행하면서 문화상품화로 만들어지고 있어 숫자의 확대만으로 질적 평가는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또 “독립예술제와 같은 자유로운 문화적 표현의 기회와 퀴어문화축제와 같은 인권운동이 포함된 축제, 시민단체가 중심이 된 문화제를 동일 선상에 놓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성적소수자들의 문화를 표현하며 영화상영·토론회·퍼레이드·댄스파티 등을 가지는 ‘퀴어문화축제’는 비주류가 예술을 표현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박기호 사무국장은“비주류인 우리들이 가진 문화를 보여주어 동성애자들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며 축제를 통해 일반인들의 시각을 바꾸길 원하는 등 독립예술제와는 다른 성격을 지닌다.

사회의 다변화이든 유행이든 프린지문화가 확산되면서 비주류문화는 점점 덩치가 커지고 있어 결과적으로 성격이 모호해지고 효율적 운영은 더욱더 어려워진다.

이에 대해 이효인씨는 “비주류가 더 큰 힘을 지니기 위해서 일정부분의 조직과 돈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것은 성장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서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힘있는 문화의 기본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확산되는 프린지 축제가 자신의 색을 잃지 않도록 어떻게 중심을 조절해 나갈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될 듯.

이최 현주 기자 nora0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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