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내용등급제가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

“여성표현의 자유도 억압, 효율성 의심스러워”

여성 성에 관한 공간 폐쇄위기 면해 위기의식

인터넷검열 반대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한 여성 정보운동가는 최근 모 인권소식지에 ‘인터넷검열 반대는 포르노와 사이버성폭력을 옹호하는가’란 글을 게재했다. 인터넷검열 반대운동이 포르노와 사이버성폭력을 옹호한다는 일부 여성주의자들의 비판을 전해 듣고 그 글을 쓰게 되었다는 요지였다. 그는 글을 통해 자신은 “인터넷검열을 반대하면서 동시에 포르노와 사이버성폭력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물었다.

이 반문은 그동안 인터넷검열 반대운동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여성주의자와 일반 네티즌 모두를 다시 한번 혼란스럽게 했을 것 같다. 이런 논의가 가능하려면 무엇이 여성에게 해로운 포르노이고 무엇이 여성들에게 폭력적이지 않은 무해한 성표현물인지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지난한 논쟁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또 유해함을 판단하는 주체는 누구이며, 설령 유해한 표현물이라 하더라도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처벌하려면 현행 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등등 간단치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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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4일 뉴욕의 Toys In Babeland에서 열린 여성들의 성과 자위에 관한 토론을 마친 뒤 여성자위기구를 들고 포즈를 취한 FFE('표현의 자유를 위한 페미니스트')의 멤버와 이 토론회에 게스트로 참가한 연설자들. 이들은 뉴욕시장인 줄리아니가 맨하탄의 성인서점을 폐쇄하려는 보수적 시도, 미국 내 여성자위기구의 제한적 금지상태 등에 대해 이 토론회에서 논의했다.

검열의 ‘기술적 효율성’도 따져봐야 한다. 즉 자율등급표기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특정 이미지와 문자를 판별할 수 있는 로봇을 이용, 등급을 매겨주는 정보통신윤리위의 제3자 등급부여와 같은 타율적 작동방식이 과연 여성에게 덜 폭력적인 정보들을 가려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진 않을까 하는 점 등… 검열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여성들의 논의는 이러한 여러 맥락을 고려하면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검열이 여성들에게도 발등의 불임을 깨닫게 하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 관련 메일링리스트에 올라온 한 여성의 호소에 따르면 모 대형포털사이트에 산부인과 간호사가 중심이 되어 개설한,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의학정보제공 및 질의응답 목적의 카페가 낙태정보와 병원 홍보 등의 상업성을 이유로 폐쇄명령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공간의 1만5천여 회원 중 한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성은 더이상 음지에서 논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양지로 끌어내려고 하면 철퇴를 가한다. 정통윤의 지침은 무소불위인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에게 알아본 결과 “임신 6개월 상태에서 하는 ‘불법’ 낙태정보가 올라왔고, 병원홍보 등 상업성혐의로 삭제명령을 3차례 내려도 듣지 않아 폐쇄명령을 내렸다. 결국 카페 운영자가 삭제명령을 받아들여 폐쇄조치는 내리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의 게시물이 올라온 전후맥락을 헤아리기보다 기계적 기준을 들이대는 한 ‘자유로운 성담론’은 공염불이라는 불평이 회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서도 일찌감치 온라인상에서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페미니스트’(FFE, Feminists for Free Expression)그룹에 따르면 지난 94년 한 페미니스트 토론그룹이 문을 닫았다. 이유는 그 토론그룹이 ‘도발적’이었다는 것(http://ffeusa.org/internet.html). FFE와 ‘페미니스트 반검열 태스크포스’(The Feminists Anti-Cencorship Taskforce) 등 해외의 반검열 여성주의자들은 “재생산과 섹슈얼리티에 관한 정보접근을 억제당하는 검열을 겪지 않기 위해서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인터넷검열이 표현의 자유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재는 소수 정보운동가들만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검열의 효율성 측면도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성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잠잠하다. 사이버탐험이 일상화된 여성들이 끝까지 인터넷검열 문제에 침묵을 지킬 수 있을까.

이인화 뉴미디어부 부장 goodal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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