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해방’은 상식이다

대선의 전초전, 정국의 분수령으로 일컬어지는 10월 25일 동대문을 재선거에 한 여성이 출사표를 던졌다. 더구나 ‘여성해방’을 기치로 내걸고 호주제 폐지를 제1 공약으로 부르짖는 ‘겁없는 여자’다. 바로 지난 총선에 동대문갑에서 출마했던 사회당 김숙이 여성위원장(31)이다. 김 위원장을 만나 그의 야무진 소신과 선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총선때 동대문갑에서 출마했었는데 이번에 을로 옮겨 재도전하는 소감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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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선거를 다시 치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난해 우리 당은 서울시 전 지역에 후보를 출마시켰다. 그러나 기존의 보수정치 세력과 다른 세력이 있다는 것을 정치의 중앙인 서울에서 알리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지난 선거에서는 여성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다. 그동안 당내에서 여성위원회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 이번 선거에 여성위원장이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지난 선거는 46명의 당 후보 중 한 명이었지만 이제는 당 대표로서 출마하기 때문에 (내게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의는 여성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이다. ‘여성해방’을 기치로 내거는 것은 한국사회에선 최초가 될 것이다.”

-사회당(전 청년진보당)에서 지금까지 호주제 폐지운동이나 반성폭력규약 제정 등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처럼 여성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루는 이유는.

“그동안 진보운동조차 여성문제를 등한시 해왔다. 말하자면 ‘막대 구부리기’와 같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한쪽으로 구부릴 수밖에 없다. 침묵해 왔던 여성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까지 여성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던 역사적 사회주의와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주의가 다른 점이다.”

-사회당내 여성당원의 위치는.

“수적으로 보면 당원 비율은 남녀가 6:4 정도이다. 사회당을 여성주의 당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아직 대표가 여성인 적이 한번도 없었고 조직의 핵심부로 갈수록 여성들의 권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번 반성폭력운동을 벌일 때 남녀 당원들의 견해차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토론을 거듭할수록 대립이 줄어든다는 걸 알았다. 남성들의 인식이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당내에서도 끊임없이 교육을 해나가려고 한다. 이번 선거로 당도 확실한 쇄신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선 아무래도 여성당원이 1차적인 주체가 될 것 같다.”

침묵해왔던 여성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던 막대를 다른 쪽으로

구부릴 수밖에 없는 ‘막대 구부리기’와 같다

-이번 보궐선거는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고 각 당에서도 총력전을 펼쳐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당의 준비는.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여성해방의 선본’이 될 것이다. 출사표에서 내건 모토도 ‘여성해방의 이념으로, 무기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들고 호주제를 폐지하자’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당외 여성주의자들의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금까지 여성운동진영과는 교류가 많지 않았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 여성주의자들이 결집했으면 좋겠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의 이미지가 ‘여성당’으로 인식되는 것만으로도 성공하는 것이라 본다.”

-이번 선거에서 제시할 구체적인 공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선거에서는 8대 공약 중 여성과 관련해서 호주제폐지를 넣었다. 이번에도 여성억압의 상징인 호주제폐지를 제1 공약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밖에 전업주부들의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 인정, 모성보호권, 여성의 정치권력 등의 문제를 다룰 것 같다. 또 동대문을 지역이 청량리 성매매 집촌과 가깝기 때문에 성매매 문제도 중요하게 다룰 것이다.”

-대선도 아닌 지역구 선거인데 지역 민생과 관련한 공약없이 여성관련 공약만 내걸어도 되는지.

“유권자들의 정체성에는 지역주민이라는 것도 있고 대한민국 국민도 있다. 여성이라는 정체성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여성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주민들의 상식선에 호소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쟁쟁한 후보들이 나오는데 상대후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후보로 거명되고 있는) 민주당의 허인회, 한나라당의 홍준표, 민주노동당의 장화식씨 모두 같은 대학(고려대) 출신인 것으로 안다. 얼마전에는 선후배지간인 후보들간에 (출마포기를 종용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학연으로 표출되는 가부장성, 이 사회 권력을 형성하는 남성중심적인 구조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진보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에서도 출마를 한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차별점은.

“여성문제를 부차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여성이라는 소수자운동을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번 선거에서도 두 당의 연대와 경쟁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는데.

“진보정당이 하나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진보정당이 나와서 보수정당 일색을 타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느 시점에는 정책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민중생존권 투쟁, 대우자동차투쟁 등 일상적으로 연대를 해왔다. 앞으로도 연대는 계속 모색할 것이다.”

-만약 선거에서 당선한다면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예전에는 싸움을 싫어했다. 그러나 ‘구속’이라는 억압의 경험을 겪은 후 싸움의 기질이 길러졌고 내 생각을 굽히지 않게 됐다. 자신의 소신을 한 번 꺾여본 사람은 당당할 수 없다. 나와 현재 국회에 있는 386세대들과의 차이점이다. 꺾이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당당한 그런 정치인이 될 것이다.”

이김 정희 기자 jhle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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