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를 끌고 시내 어디든 다닐 수 있는 거리가 만들어진다면 이것이 여성들에게만 좋은 일일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여성들만의 일로 여기고 있다.

일본 오사카부 사카이시. 이 곳은 시민들이 나서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살아가는 사카이 선언’을 실현하고 있다. 사카이시는 지난 1995년 1월 남녀공동참획도시를 선포하고 시민들 개개인이 생활 가까운 것에서부터 실천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일부 여성계 회원들만의 행사가 아닌 전체 시민들이 참석한 축제형식으로 선언식이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일·가사·육아·개호(배우자의 부모, 자녀를 간호하기 위해 휴직하는 제도) 등을 남녀가 분담, 평등교육을 촉진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을 존중, 서로의 성을 존중하고 대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살고 있다.

올해 1월 시가 마련한 ‘사카이 남녀공동참획주간’에서는 남성개호교실, 아빠의 육아교실, 남성의 요리교실 등의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여성개발원 김엘림 수석연구위원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카이시처럼 남녀공동참획도시를 선포한 지방은 약 37개 도시로 전체의 1.2%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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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과 어린이가 안전한 도시야말로 인간이 살기 좋은 도시이며, 여성이 평등해야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이다. 이제는 이런 인식들이 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남녀평등한 도시 개발의 배경에는 1998년 11월 지방자치단체 국제연맹이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여성에 관한 세계선언문’을 채택하면서부터이다. 여기에는 남녀평등과 인권보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과 국가 및 국제사회가 지원해야 할 부분을 규정하고 있다.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중심으로 지방정부의 정책설계과정에서 남녀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의해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여성개발원 김엘림 수석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노르웨이, 네델란드, 캐나다 등에서는 지역발전정책과 조화를 이루는 여성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호주도 연방정부와 별도로 각 주마다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예로 뉴욕의 여성잡지 <레이디스 홈 저널>에서는 1998년부터 매년 여성들이 살기좋은 도시를 선정함으로써 지역사회를 남녀평등하고 안전한 도시로 만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여성들이 살기좋은 도시의 선정기준은 △낮은 범죄율 △보육시설과 제도 △생활스타일 △교육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의료전문가의 수 및 건강센터 △지방정부내 여성공무원 수 △여성휴게실 △생활비 △여성기업자 수 △이혼율 △여성과 남성의 비율 △시민투표율과 시민위임업무 △쇼핑시설 등이다.

이런 기준으로 선정된 상위 10개 도시들은 캘리포니아의 얼바인, 싸우전드 옥스, 헌팅톤 비치, 중서부의 앤아버, 메디슨, 파고, 남서부의 플래노, 버지니아 비치, 알렉산드리아, 동북부의 스탬포드 등이다.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이라면 여성친화적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에서 여성의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 토지를 소유하고 공공장소에서 두려움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생식권리와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권리, 급여와 수당, 승진과 연수에 대한 동등한 권리’

이 모든 것들은 아직 여성들에게 완전히 주어지지 않은 권리이다. 이젠 우리도 ‘여성이 평등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란 없다’라는 신념을 강하게 실천해 가는 지방자치단체를 기대해 봐야 할 때가 되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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