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성미산 개발계획에 주민들 반발

“저는 성미산 근처에 사는 학생입니다.… 아름답고 푸른 성미산을 그대로 보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후손들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미산을 개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성미산은 마포구의 남아있는 자연, 아니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자연이기 때문이에요.…제가 어렸을 때 보았던 그 산이 평생토록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자연을 망치는 건 쉽지만 다시 돌이키기는 너무 어렵잖아요.”

“성미산은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오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어요. 시멘트와 콘크리트 더미의 도시에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니까요.…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성미산이 없어지면 아이들은 어디서 뛰어 놀고, 우리는 어디로 산책 갈 수 있을까요?”

서울시 마포구 성산1동 성미산 개발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1993년 결정된 배수지 건설이 오는 11월 착공에 들어가는 데다 한양학원에서 자체 소유 부지에 공원과 아파트를 조성할 것을 마포구청에 제안하자 주민들은 “자연녹지가 부족한 마포구에서 성미산 마저 없어져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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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지·아파트 건설, 공원 조성 등의 성미산 개발계획에 대해 “자연녹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1993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총 3만1700여평 정도의 야산인 성미산 정상 부근 1만여 평에 배수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배수지는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을 저장해 놓았다가 인근지역에 공급하는 시설이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올해 4월까지 토지소유자에 대한 보상절차를 완료한 상태며 오는 11월 착공해 2004년 12월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성미산 개발 계획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성미산 부지 2만7백여 평을 소유한 한양학원은 이중 일부에 12∼15층의 아파트 약 400여 세대를 건설하고 대신 학원 소유의 7400여평을 공원으로 확장,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공원부지에는 주차장, 휴게소, 휴게정자, 체력단련시설, 배드민턴장, 배구장 등 옥외체육시설, 산책로 및 조각 시설물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재 마포구청에서는 한양학원의 제안에 대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이 안은 향후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쯤 최종 결정이 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지난 17일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을 발족시키고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연대모임 이경란 씨는 “마포구는 구로구와 함께 서울시에서 가장 녹지가 적은 곳”이라며 “녹지를 새로 조성해도 모자랄 서울시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자연녹지마저 훼손하겠다는 것은 주변 주민들의 숨통을 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성미산에는 붉은배 새매와 소쩍새, 솔부엉이 등 철새 맹조류가 많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텃새들이 서식하고 있다”며 “이 숲이 파괴된다면 한강을 무대로 하는 생태권역에서 맹조류의 서식지가 없어지고 전체 한강 생태계마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씨는 “성미산처럼 작은 산에 배수지를 건설하려면 정상 부근에 지하 수십미터를 파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성미산 전체를 훼손하게 된다”며 “성미산보다 규모가 큰 마포구내 와우산의 경우도 배수지 건설 이후 자연녹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현재 평균 학생수가 45명에 이르는 인근 초등학교의 학급 과밀화, 교통체증 등을 들어 성미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연대모임 측은 “배수지 문제는 수돗물을 절약하거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지역을 모색하는 등의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한번 훼손된 자연녹지는 되살릴 수 없다”며 배수지 건설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연대모임은 현재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배수지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공청회를 열 것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 측은 “녹지훼손에 반대하는 주민의견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 부지 매입에 6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간 데다 서울 도심지역에서 거대한 타워 형태의 배수지를 건립할 부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덧붙여 “배수지를 건설하더라도 수목을 이식하고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9월1일 주민연대모임은 성미산에서 ‘성미산을 살리는 숲속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의 의견을 모으고 성미산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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