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다소곳한 요조숙녀가 아니다. 그들은 소위 ‘여성스럽지 못함’의 잣대로 금지해온 것들을 사정없이 무너뜨린다.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그들은 시련의 아픔을 술로 달래기도 하고(엽기적인 그녀) 뱀을 잡아 바람을 불어넣어 풍선을 만들고 남자들 몇쯤은 발차기로 날려버리고(슈렉의 피오나 공주) 자신의 여성성을 무기로 어리석은 남자들의 뒤통수를 치기(하트 브레이커스의 모녀)도 한다.

또한 그동안 남성들의 몫이었던 ‘정의의 용사’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테러 위협을 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고(미녀 삼총사) 강호의 세계에서 남자들과 동등하게 패권을 두고 겨루기도(와호장룡) 한다. 유물을 찾기 위해 밀림을 누비며 스스로를 지키고(라라 크로포드) 때때로 암흑가의 여성보스가 되어 남자부하들을 거느린다(조폭 마누라).

@19-1.jpg

이들을 보면 분명 아마조네스가 있었음을 믿게 되고 처녀 사냥꾼 아르테미스를 떠올리게 된다. 저지른다는 면에서는 10여년 전 남성중심적 억압에 대항하며 떠나간 델마와 루이스보다도 강하다.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는 실연으로 힘들어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는 발칙함을 지녔다. 그녀는 황순원의 <소나기>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각색하는 ‘잔망스러움’을 지녔다. “…지금 같아서는 윤초시네 두 대가 끊긴 셈이지. 참 이번 기집애는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를 업어주었던 그 소년을 같이 묻어달라구… 그것도 산채로.”

<슈렉>의 피오나 공주는 더욱 과격하게 동화 속 틀을 뒤집어버린다. 운명적 저주 때문에 남자를 찾지만 그는 결국 괴물 슈렉과의 사랑을 택한다.

그들은 더 이상 요조숙녀가 아니다

소위 ‘여성스럽지 못함’의 잣대로

금지해온 것들을 사정없이 무너뜨린다

<하트 브레이커스>의 모녀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틀 속 남성들의 뒤통수를 때린다. 엄마가 남자를 꼬셔 결혼을 하면 딸이 나타나 유혹해서 ‘한몫’뜯어내는 방법이다. 이들은 먹고난 음식에 유리조각을 집어넣어 음식값을 면제받고 같은 방법으로 호텔에 묵는다. 그동안 남자 건달만이 벌였던 행동을 저지르는 이들은 보는 이에게 통쾌한 웃음을 전한다. 특히 여성들에게는.

여자들은 물리적으로도 강해졌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가늘디 가는 몸이 아니라 근육질의 터프한 몸이며 무기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미녀삼총사>의 여전사 나탈리, 딜랜, 알렉스는 태권도와 합기도 등 무예로 무장하고 ‘악당’들을 물리친다. 사립 수사관들인 이들은 테러로부터 위협받는 개인을 보호하고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첩보 수사 등 그전엔 남자들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척척 해낸다.

<와호장룡>의 검객 장쯔이는 주윤발과 대등하게 검술을 겨룬다. <툼 레이더>의 라라는 여성전사적 이미지의 극치이다. 과장된 여성적 몸매를 가졌으면서도 그는 여러 명의 남성들과 대적할 힘을 지녔다.

미녀 삼총사나 <와호장룡>의 장쯔이나 피오나 등등의 여주인공들이 결국은 사랑을 그리워하거나 택하려 했다면 라라는 그런 것들을 넘어서 홀로의 삶을 즐긴다.

물론 여성들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성평등 의식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강한 여성들이나 남성들을 조롱하던 여주인공들이 결국 “사랑해요”라며 남성들의 품에 안기는 것으로 맺는 결말이 그러한 한계를 보여준다. 또한 그것이 기존의 통념을 깨뜨려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겨주려는 상업적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것은 유쾌한 일임이 분명하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