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더위속에 펼친 제주 공연

국악실내악단 ‘뮤직꼬레’

한여름 더위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을 때. 사랑의 문화봉사단은 제주도를 찾았다. 그곳에서 가졌던 세 차례의 공연. 세 번 모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관객들을 실험적 국악연주단 ‘뮤직꼬레’가 차례로 방문하면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지난 8월 6일, 7일 이틀에 걸쳐 제주도 공연을 가졌던 ‘뮤직꼬레’는 추계예술대학 국악과 교수 강호중 단장이 이끄는 국악 실내악단이다. 국악합주단 ‘슬기둥’에서 노래와 기타를 맡아서 연주하던 강호중 교수는 20대의 신세대 음악가로 나원일(피리, 태평소), 정유진(아쟁), 유연수(가야금), 유은정(거문고), 이재화(장구), 문현민(소금/대금), 김지민(해금), 남동현(장구)등과 함께 ‘가장 전통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믿음으로 세계 무대를 향한 실험적 연주단 ‘뮤직꼬레’를 창단하여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사랑의 문화봉사단의 공연봉사 단체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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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제주 시립 희망원에서의 제570회 공연.

바닷바람 맞으며 행복했던 객석

첫 번째 공연은 8월 6일 저녁 7시 30분에 제주시 탑동 해변공연장. 한쪽으로 바다가 보이는 2500여 석 규모의 크고 아름다운 야외극장이었다. 그곳에서는 제주시가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해 ‘2001 한여름밤의 해변축제’를 기획하여 매일 밤 다른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고 있었다. 열여덟 번째 되는 날 밤에 사랑의 문화봉사단의 ‘뮤직꼬레’가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어둠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관객들이 모여들면서 2000 여 석이 잠깐 사이에 채워졌다.

‘고구려 혼’이라는 국악 연주를 시작으로 ‘들춤’, ‘그대를 위해 부르는 노래’등 독특하면서도 신명나는 연주가 계속되자 관중들은 같이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공연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갔다. 지독하게 덥고 끈끈한 날씨에 무대 조명의 열기까지 가세되어 공연자들은 많은 땀을 흘리며 열연을 했으나 관객들은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즐겁고 행복하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제주의 자연경관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리는 문화공연을 관광객에게 선사하려는 제주시의 발상이 신선했다.

피로 잊고 다음 공연장 모슬포 향해

다음날에도 ‘뮤직꼬레’와 함께 하는 사랑의 문화봉사단 공연이 두 번 더 있었다. 오후 2시에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정신장애인 시설과 부랑인 시설이 함께 있는 ‘희망원’에서의 공연에는 타악기의 흥겨운 리듬을 강조한 곡들이 많이 연주되었다. 공연의 전반부까지는 거의 무표정한 얼굴이었으나 절반이 지나자 한두 명씩 박수로 장단을 맞추기 시작하더니 무대 앞으로 나와서 우리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며 즐거워하였다. 계속 무표정하던 어떤 노인은 마지막 곡이라 소개하자 끝내 손가락으로 보일 듯 말 듯 자기 앞의 의자 등받이에 대고 리듬을 치시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연속된 공연의 피로감도 잊은채 공연팀과 공연 스태프들은 모슬포의 저녁 공연을 위해 악기들을 싣고 다시 차에 올랐다. 제주도에서도 특히 문화소외 지역이라는 대정읍 주민을 위한 남군 청소년수련관에서의 공연을 위해서였다. 냉방장치까지 고장이 나서 살인적으로 더웠던 그 곳에서의 공연은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뜨거운 환호로 충분히 보상받은 듯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은 우리 음악이 이렇게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공연자들이 연주한 여러 가지 악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안미순(사랑의 문화봉사단 부단장)

공연요청·문의 (02)773-5465(담당 최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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