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해임 교수 복직결정에 학생들 반발

성추행 혐의로 지난 해 학교재단으로부터 해임된 D대 사회학과 ㄱ아무개(51) 교수가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로부터 복직판결을 받아 ㄱ교수의 성추행 문제를 제기한 ㅁ씨가 ㄱ교수를 의정부경찰서에 형사고소하여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ㅁ씨는 현재 민사소송도 준비중이다. 성추행 사실을 입증할만한 결정적인 물증이 없는 가운데 학과 교수들간의 개인적 갈등 문제까지 겹쳐져 사건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1999년 8월 교환교수로 일본에 간 ㄱ교수는 지난 해 7월 5일, 학회 참석차 홋카이도에 들렀다가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었던 제자 ㅁ씨를 만났다. 이날 ㄱ교수와 ㅁ씨는 저녁식사를 겸해 술을 마셨고 1, 2차에 걸친 술자리에서 ㄱ교수는 만취했다. ㅁ씨의 주장에 의하면 이후 “ㄱ교수의 제안에 따라 노래방으로 옮겼는데 여기서 ㄱ교수는 ㅁ씨에게 블루스를 추자고 강요했고, 이후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전한다.

사건 직후 ㅁ씨는 ㄱ교수에게 정식 사과를 요구했지만, ㄱ교수는 “기억에 없는 일을 인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성추행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이에 ㅁ씨는 7월 29일 D대 사회학과 학과장과 전년도 학생회장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 사건의 전말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ㅁ씨는 “처음에는 당사자간에 인간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학교측에 이 사건을 밝히기로 결심했다”면서 “ㄱ교수의 교수직 사퇴, 사실 인정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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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여제자 성추행 혐의로 해임됐던 ㄱ교수가 복직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minwk@womennews.co.kr

이후 사회학과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가 꾸려졌고, 학교법인에서도 자체 진상조사 및 징계위원회를 소집하여 논의한 결과 작년 11월 14일 학교 재단은 “교원으로서 부도덕한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ㄱ교수에 대해 교수직 해임을 결정했다.

학교측이 해임을 결정하자 ㄱ교수는 교육부 산하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해임징계 무효확인을 청구했고, 재심위원회는 “(ㄱ교수에 대한 해임처분이)재단이사회를 거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학교법인측에 재심의를 요구하였고, 학교측은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ㄱ교수에 대한 해임징계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재심위는 6월 19일 “정황상 성추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거가 없다”면서 “1개월 정직으로 감경시키고 이를 2001년 4월 9일자로 소급 적용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심위 관계자는 또 “200여 명의 동료교수가 ㄱ교수의 구명을 위한 탄원서에 서명했고, 더욱이 ㄱ교수가 1997년 여성단체협의회로부터 공로상을 받은 경력 등을 감안할 때 해임 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ㄱ교수는 지난 5월 9일자로 복직된 상태다. 그러나 ㅁ씨의 주장과는 달리 ㄱ교수는 현재까지도 “블루스를 추려다 쓰러진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1개월 정직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결성된 ‘성폭력근절을 위한 인권위원회’는 ㄱ교수 복직반대 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ㅁ씨와 함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정황상 성추행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ㄱ교수는 평소에도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여학생을 무릎에 앉히고 술을 마시는 등 평판이 좋지 않았다”고 전한다. 인권위는 현재 이를 입증할만한 증인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ㄱ교수는 “학과장이 나를 사퇴시키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수순이었다”고 주장해 문제의 본질이 성추행이 아닌 개인적 갈등으로 비화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더욱이 작년 9월 5일에는 흉기위협 사건까지 발생했다. 학과장은 총장에게 “대학당국의 진상조사위원회에 본인이 ㄱ교수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칼로써 본인을 위협하고 협박했다”며 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ㄱ교수는 이를 부인하며 “사실을 위장한 철저한 시나리오”라며 성추행 사건도 “평소 유감을 품은 학과장이 학생들을 선동해서 문제를 크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ㄱ교수의 해임으로 일단락지어졌던 이 사건이 교육부의 복직결정으로 또다시 불거지자 여성단체들은 우려의 뜻을 표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성희롱이란 물적 증거가 아니라 피해자의 판단과 정황에 의해 그것이 성폭력이었음을 판단할 수 있다”면서 교육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최 소장은 또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는 그 권한이 큰 만큼 그에 걸맞는 도덕성과 사회의식이 요구된다”면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와 그로 인해 계속 파괴되는 인격을 가지고 아무 일 없었던 듯 강단을 지키려는 ㄱ교수의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최이 부자 기자 bjcho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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