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확실한데 왜 공적 인정 안해주는지

현재 광주학생독립운동동지회·기념사업회, 범민련,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국회의원, 교수, 언론인, 법조인들이 대거 참여한 ‘항일애국지사 최순덕 선생 명예회복추진위원회’가 최 할머니에 대한 서훈을 촉구하면서 일간지에 광고를 내는 등 할머니 명예회복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최 할머니는 지난 1999년과 2000년에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서를 국가보훈처에 제출했었다. 그러나 증거 미비로 반려되었다. 지난 6월 최 할머니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비밀결사광주학생소녀회에서 함께 활동한 박옥련, 친구 박지, 이광춘의 육성 증언이 담긴 녹음기와 비디오, 전남여고 역대 동창회장,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등의 사실확인탄원서를 첨부해 ‘백지동맹의 주도자가 본인’이었음을 바로잡고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줄 것을 신청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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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덕 할머니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하며 시민들이 작성한 서명용지.

최순덕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내 지역인사들은 백지동맹 사건을 ‘광주학생항일운동의 꽃’으로 표현했다. 더구나 당시 함께 활동했던 증인들이 생존해 있고 그들이 육성으로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미비로 최 할머니에 대한 공적을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은 말도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장두석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후원 회장은 “신의주나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항일운동에서 최 할머니처럼 공적이 묻힌 채 살아가는 숨은 유공자들이 얼마나 많겠냐”며 “서훈을 받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사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또 “최 할머니의 항일운동은 오늘날 후배들에게 통일운동으로 이어지게 한 매개체가 되고 있다. 이번 광복절은 이런 분들이 대접받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 회장은 “여성계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여학생들이 주도해 일으킨 백지동맹은 여성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우리가 최 할머니 같은 분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으니까 일본이 아직까지 우리를 무시해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일본 아사히신문에도 시험보이코트 퇴학이라는 제목으로 구속학생 석방을 위해 백지동맹을 하자는 전단을 배포하다 퇴학당해 한 젊은 여성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릴 정도로 할머니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데 정작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강하게 말했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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