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모임 ‘아니마’의 대변인 역할을 하느라 요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혁이(25)씨는 FtoM(여성->남성) 트랜스젠더다. FtoM의 경우도 외모와 성격, 성향 등이 다양하지만 혁이씨의 경우엔 겉모습만 봐선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내게 ‘니가 왜 남자냐’고 묻죠. 심지어 같은 트랜스젠더들 중에서 외모가 나보다 남자 같은 사람들이 똑같이 물어봐요” 이젠 지쳤다는 듯이 한숨을 돌이키고서 혁이씨는 말을 잇는다. “내게 여성적인 부분이 없다는 것이 아니에요. 난 잘 울고 감수성도 예민하죠. 세상에 100% 여자, 100% 남자가 어딨겠어요? 다만 육체적인 성과 정신적인 성의 비율이 대개는 엇비슷하게 맞는데 나는 반대라는 거예요. 몸은 여자인데 다른 것은 남성 비율이 더 많다는 거죠. 그게 본능인지 교육인지 뭔지 그건 나도 모르겠어요.”

@13-2.jpg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은 고정관념을 만들 뿐”이라며 “사람의 내면의 문제를 바라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우린 평범한 사람이에요. 대단할 것도 없고 뭔가 모자란 사람들도 아니에요. 육체적 성이 우리에게 안 맞는 것일 뿐이에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거예요.”

혁이씨의 경우도 가능하면 수술을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으론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FtoM(여쭻남)의 수술은 정말 목숨을 내놓고 하는 절규라고 보시면 되요. 돈도 엄청나게 많이 들고 성공하기도 힘들어요. 그런데도 수술을 한 회원들이 있는데 ‘수술 아니면 죽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혁이씨는 “성에 대한 사고방식이 너무 이분법적이고 이중적이라 트랜스젠더들이 더 살기 힘들다”고 말한다.

“여성도 인권적인 차원에서는 소수잖아요. 그래서 더 우리를 이해해주나 봐요. 남자들 사이엔 바늘 하나 꽂힐 틈이 없어요. 사랑하는 대상을 찾는 것은 MtoF(남쭻여)의 경우보다 쉽지만 반대로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 있어 동성들에게 인정받기란 거의 불가능하죠. 감히 하급동물인 여성이 남성이 되려 한다고, 용납하지 않는 걸요. ‘술 먹어봐라’ ‘힘 좀 쓰나보자’하면서 기를 꺾으려고 해요.”

그는 소위 남성은 강하고 터프하다, 여성은 약하고 얌전하다는 식의 이분법을 비웃는다. “남자들이 다 맷돌 돌리는 남자 아니고 여자들이 다 공주인 거 아니잖아요. 우리보고 ‘남자 흉내낸다’고 하는 남자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엔 그 남자들이야말로 ‘남성을 흉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강자에 무릎꿇고 약자 앞에서 으스대면서 술 얼마나 먹네, 어디서 여자 따먹었네 하는 것이 남성의 모습인지 나도 남자지만 회의가 든다”면서 혁이씨는 “내가 배울만한 진정한 남성성을 찾고 싶은데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작은 우리의 삶을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주세요. 염색체나 생식기능 같은 것으로 사람을 구분 짓지 않고, 외모 지상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면 아마 보다 넓은 세계를 깨닫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 관련기사 ]

여자 남자 말고는 없다?

생계가 걸린 호적정정

다양한 특성 조합하면 무수한 ‘성’

성적 소수자 관련 용어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