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22살 처녀들의 ‘방담’

지난 17일부터 남측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과 북측의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이 공동주최한 ‘6·15공동선언 관철을 위한 남북(북남)농민통일대회’가 김정숙 휴양소에서 열렸다. 그곳에서 북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한명애씨(22)를 만나 젊은 여성농민으로서의 삶과 그간 북측 농업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김장효숙(김):남측 사람들과의 만남이 처음인가요.

한명애(한):예, 그렇습니다. 있지 않습니까? 남측 대표들과 처음 만났을 때는 서먹서먹했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했습니다. 그런데 있지 않습니까? 점심 식사 이후에는 반갑더란 말입니다. 엄마는 내가 나가면 말이라도 제대로 할까 싶어했는데 이렇단 말입니다.

:이번 만남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희망적입니다. 그럭저럭 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통일뿐입니다. 우리 어머니도 그랬습니다. 오늘 같이 농민을 위한 행사가 참으로 좋습니다.

:저는 대학생인데 공부를 한다거나 농업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나요.

:저도 공부도 하고 싶었고 예술에 대한 감각도 있어서 그런 일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그랬습니다. 농업은 ‘천하지대본’이라고 말입니다. 그래서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북측 여성들은 18살부터 농사를 지어서 20살 되면 모두가 합니다.

:근래 북측에 가뭄이 심했다고 하던데.

:있지 않습니까? 자갈 땅을 양수기로 해서 물 관리를 해야 하는데 가뭄이 드니까 그때부터 직접 물을 부어줘야 했답니다. 또 달구지로도 물을 줘야 했답니다. 이렇게 계속 관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물을 주고 10일이 지나고 나서 도로에서 지켜보면 이미 땅이 말라 있는 거랍니다. 강냉이를 심었는데 죽어서 4번이나 다시 했습니다. 그래도 3일전에 비가 와서 좀 괜찮습니다.

:남측은 전농이 있고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전여농이 따로 있는데 북측은 여성농민을 위한 단체는 없는지.

:없습니다. 따로 둘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동갑내기 친구인데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나요?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우리가 같은 22살이니까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2003년 조국을 통일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자기가 성의껏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있지 않습니까? 통일이 되면 호남 땅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어머니께서 그 곳 땅이 기름지다고 언제나 말씀하셨습니다.

동갑내기 명애는 유난히 작은 얼굴에 올망졸망하게 생긴 이목구비가 눈에 띄는 친구였다. 같은 나이라는 말에 냉큼 친구가 되는 줄 알았건만 내가 편치 않아서인지 그렇게 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은 ‘있지 않습니까’로 모든 말을 시작하는 어투인데 명애만의 언어 습관인지 모르겠다. 다시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친구하자고 한 번 더 제안해봐야겠다.

김장 효숙 부산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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