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중심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40분 정도 내려가면 미국 국경과 인접한 곳에 트와센(Tsawwssen)이라는 도시가 있다.

태평양 연안에 인접한 이곳은 바다를 끼고 있어 자연경관이 아름답다. 그래서 이곳은 최근 들어 부유한 사람들의 저택이 많이 들어서는 등 비교적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트와센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활기 넘치는 도시로 발전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런 분위기와 전혀 다른 캐나다 인디언들의 비참한 삶의 현장이 있다.

밴쿠버에는 캐나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조성한 인디언 보호구역이 서너곳 있는데 트와센은 그 중 하나로서 이곳에 250여명의 인디언이 살고 있다. 이 마을 입구에는 허름한 모습의 자그마한 교회가 하나 서 있고 그곳을 지나면 군데 군데 인디언들이 사는 큼지막한 집들이 들어서 있다.

겉보기에는 아주 부유한 여느 마을이나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사는 인디언들, 특히 여성들은 아예 인생을 포기한 것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선 이곳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은 거의 대부분이 알코올 중독자이고 마약중독자들이다. 밤낮없이 술을 마셔대기 때문에 주민의 80~90%정도가 알코올 중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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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진난만해 보이는 인디언 아이들. 그러나 이들은 가정이나 사회로부터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마약이나 범죄로 빠져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진·주호석 통신원>

게다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현상이 어른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고 어린이들에게까지 일반화되어 있다. 이미 어른들의 도덕성이나 가치관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이런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통제할 분위기도 아니다.

보호구역 내에서 비참한 생활 자포자기 상태

교육 못받아 70% 문맹, 마약·알콜 중독에 빠져

성생활 문란…결혼 않고 여러 남자 아이낳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문화 또한 문란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 교회의 목사 설명에 의하면 이곳 여자아이들은 10여세만 넘으면 성관계를 갖게 되는데 문제는 어린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여러 남자의 아이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만난 한 인디언 여인은 갓 스무살이 넘었는데 두 아이의 엄마였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아버지가 각각인 것은 물론 그게 누구인지조차도 모른다고 한다.

이처럼 여성들이 어린 나이에 애를 낳는 일이 흔하다 보니 이들이 30대만 되면 벌써 할머니 호칭을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호구역내에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와 중·고등학교(Secondary school)가 있지만 이들은 학교 다니는 데 관심이 없다. 그래서 인디언들의 60∼70%정도가 문맹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창 자라는 나이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살다 보니 스스로 인생을 비관하고 자살을 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세계 인디언들 중 캐나다 인디언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가 이미 나와 있고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캐나다 인디언들의 이렇듯 비참한 생활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일까. 우선 캐나다 정부가 인디언들을 철저하게 격리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해 캐나다 정부는 인디언 보호구역을 만들어 놓고 그들이 보호구역 내에서 살아가는 경우에 한해 생활보조를 해준다.

인디언들은 정부가 보조해주는 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데 일단 보호구역을 벗어나면 보조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정부 보조에 의존해 살면서 이들은 독립심이나 자립심을 모두 잃게 되었고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상실한 채 자포자기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원주민 언어마저 모두 잊어버리고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할 정도이다. 거대한 땅 캐나다의 원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이 한쪽 구석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힘없는 민족의 설움을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주호석 캐나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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