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위 위원장이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문 대통령 21일 개헌안 발의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한 가운데 성평등 개헌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계는 성평등 개헌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공론화해왔지만 정작 13일 문대통령에게 보고된 개헌 자문안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정부는 6·13지방선거에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기 위해 3월 21일이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대통령이 개헌안 마련을 위해 참고하는 자료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위원장 정해구)가 작성한 개헌 자문안이다.

문제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앞서 여성단체들은 정해구 위원장을 만나서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성평등 개헌이야말로 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국가의 의무이기에 ‘실질적 성평등 실현’, ‘대표성 확대’ 등을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계 인사들은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 자문안에 성평등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고 이견을 모아 함께 제출한 ‘2안’에는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전했다.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 자문안은 참고자료라고 하지만 이 내용이 공개되면 대통령은 물론,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1년 넘게 헌법 개정을 주도해온 국회 역시 마찬가지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이어 헌법개정및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개헌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평등은 정략적인 판단에 좌지우지되는 모양새다.

이미 각 정당은 성평등의 의미를 변질시킨 일부 기독교단체의 요구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까지 활동했던 헌법개정특위에서는 보수정당 소속 의원들이 ‘성평등’이라는 용어 대신 ‘양성평등’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이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 특위 위원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특위 내에서) 성평등은 안 된다, 양성평등이어야 한다는 논쟁에 대해 우리 사회에 양성을 넘어서는 다양한 성이 존재하는데 양성을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가 위헌적이라고 말씀드렸다”고 상황을 전했다.

여성계 입법청원 잇따라

지난 9일 여성계는 입법청원 3건을 각각 국회에 제출해 성평등 개헌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필균 헌법개정여성연대 대표는 “대의민주주의체제 하에서 여성은 주권적 시민으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대표되어야 할 권리가 있다”면서 “진정한 의미의 국민주권은 개인과 집단, 계층에 편재해 있는 남녀국민들이 주권적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대표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투(Me too)’운동을 지지하는 대통령께서는 개헌안에 이를 반드시 반영시켜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민들의 개혁적인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 국민개헌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던 수많은 시민들, 특히 여성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시민이 주도하는 개헌에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단체별 입법청원 내용>

1.성평등 개헌

참가단체: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헌법개정여성연대

‘성평등 조항’을 독립된 조항으로 신설, 실질적 성평등 실현 규정, 남녀동수 대표성 보장, 혼인·가족생활에서의 (성)평등 실현 및 재생산권 확보 등, 성인지적 사회권 강화, 아동권 신설

 

2. 남녀동수 개헌

참가단체: 서울여성의정, 젠더국정연구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헌법개정여성연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의정, 한국여성유권자연맹(서울), 한국여성정치연구소, 한국여성정치연맹, 한국청년유권자연맹, 한국YWCA연합회

① 국가는 현존하는 성별에 따른 차별과 폭력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기 위하여 고용, 노동, 가족, 복지,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조치

② 국가는 선출직・임명직 공직 진출에 있어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하고, 직업적․사회적 지위에 동등하게 접근할 기회를 보장한다.

 

3. 헌법개정 10대 과제

참가단체: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헌법 원칙과 국가 방향으로서의 성평등 실현, 문화 다양성과 자율성 보장 및 헌법정신에 맞는 전통문화 계승, 여성대표성 확대 및 이를 위한 정당의 의무, 평등권 조항의 차별사유 확대, 적극적 조치를 포함한 실질적 성평등 실현·보장 의무,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는 가족 구성권 명시, 성적 주체로서 존엄의 원칙과 재생산권 신설, 노동에서의 성평등 및 일‧생활균형 보장,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권 강화와 돌봄권 도입, 경제 개념의 확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및 성평등을 포함한 인권증진을 위한 국가 책임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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