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서 “미투” 외치니, 돌아오는 건 “징계”?… 피해자 63.2% “불이익 당해”
회사서 “미투” 외치니, 돌아오는 건 “징계”?… 피해자 63.2% “불이익 당해”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3.10 21:47
  • 수정 2018-03-1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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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평등의전화 상담 2864건 분석

직장 내 성희롱 상담 5년 사이 3배 증가

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자 생존권 위협 심각”

성희롱 업무 포괄할 범정부 기구 필요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17년 전국 10개 지역 평등의전화 상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 비중은 24.4%으로 2016년 17.0%에 비해 152% 증가했다. ⓒShutterstock
한국여성노동자회가 2017년 전국 10개 지역 평등의전화 상담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 비중은 24.4%으로 2016년 17.0%에 비해 152% 증가했다. ⓒShutterstock

직장 내 성희롱 상담 건수가 5년 새 3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 10명 가운데 6명은 문제제기를 했을 때 보호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2017년 전국 10개 지역 평등의전화 상담한 사례 3092건 가운데 여성 상담 2864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전체 상담 중 직장 내 성희롱 비중은 24.4%(692건)으로 2016년 17.0%(454건)에 비해 152% 증가했다. 5년 전인 2013년(236건) 보다 약 3배 늘어난 수치다.

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의 증가는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권력관계의 하위에 위치하며, 남성중심적 직장 문화 속에서 여성노동자가 성희롱의 대상이 되기 쉬운 현실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과 한샘 성희롱 사건 등 직장 내 성희롱이 문제임을 지적하고 공론화한 영향으로 민감성이 높아지고 용기를 얻은 여성노동자들이 상담실의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직장 상사’

가해자의 63.6%는 상사 였다. 사장 17.4%, 동료 12.2%, 고객 4.2%, 기타 1.5%, 부하직원 1.1% 순으로 가해자가 많았다. 사업장 규모별로 가해자 분포를 살펴보면 4인 이하 사업장은 사장이 60.5%였으며, 5~9인 규모는 사장 55.6%로 나타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10인 이상 규모의 사업장에서는 절반 이상의 비율로 상사가 가해자였다. 소규모 사업장은 여성노동자들이 사장과 대면해 일하는 경우가 많아 사장에 의한 성희롱이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최종 인사결정권자인 사장에 의한 성희롱은 해고 등 직접적인 고용불안정으로 이어져 문제제기를 하기도 어렵고 문제제기를 해도 직장 내에서 조사나 조치가 취해지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으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진정 사건은 2012년 249건에서 2016년 556건으로 2배 이상 늘었으나 같은 기간 검찰 기소 건은 단지 9건에 불과했다. 시정조치도 대부분 진정취하나 시정완료 등 행정종결에 그치고 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느는데,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지도점검 사업장 수는 2012년 1132건에서 2016년 535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 사업장 수 비율도 2012년 42.4%에서 2016년 33.1%로 감소했다. 다행히 지난 해 11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회는 “법 개정으로 사업주 의무가 강화돼도 노동부가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하고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미약하고 사건 처리가 소홀하면 이제까지처럼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피해자에 ‘2차 피해’ 주는 직장

가장 큰 문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63.2%가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 2015년 34.0%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는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 발생에 대해 문제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 상담 결과에서 드러난다.

피해자들은 ‘꽃뱀’ 낙인,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 업무상 불이익, 해고 등 다양한 형태의 불리한 조치를 경험하고 있었다. 직장 내에서 성희롱 피해 사실이 알려지거나 피해의 처리를 요구하면, 가해자를 감싸거나 피해자는 ‘작은 일에 예민한 사람’ 이라거나 ‘참을성이 없는 사람’ 등 조직의 ‘골치덩이’로 취급되기도 한다.

여성노동자회는 피해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성희롱 업무를 포괄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성희롱, 성폭력 대응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성희롱 관련 소관 업무는 고용노동부(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여성가족부(양성평등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나뉘어 공공부문과 민간 부분을 따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 검찰 조사 과정에 종사하는 각각의 담당자들은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가해자 관점으로 미루어 짐작하여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들이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며, 고용노동부는 성평등 관점으로 관련 업무를 담당할 전담근로감독관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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