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 성차별·성폭력 끝내고 ‘성평등이 당연한 세상’ 만들어 나가야
일상속 성차별·성폭력 끝내고 ‘성평등이 당연한 세상’ 만들어 나가야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3.09 11:12
  • 수정 2018-03-14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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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토크쇼

여성단체 활동가, 서울시장, 영화감독 등

‘청년노동·여성 건강·폭력과 안전’ 주제로 얘기 나눠

시민 200여명 “전국민 대상으로 성폭력 인식 개선 교육해야”

 

이날 토크쇼는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맨 왼쪽)가 사회를 맡고, 박원순 서울시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김보람 감독, 류벼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패널로 참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날 토크쇼는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맨 왼쪽)가 사회를 맡고, 박원순 서울시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김보람 감독, 류벼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매니저가 패널로 참석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성폭력 가해자들은 뿔 달린 외계인이 아니라 우리 옆에서 함께 마주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공유하는 깊은 뿌리 끝에는 여성혐오, 가부장제, 강간문화 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페미니즘 없이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를 줍는 게 아닙니다. 페미니즘이 곧 해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될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을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일상 속 성차별·성폭력을 끝내고 ‘성평등이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에 참석한 200여명의 시민들은 최근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투(#MeToo)’ 운동을 지지하며 성폭력 근절 방법을 논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보람 감독,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류벼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매니저, 박원순 서울시장,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각각 △여성의 몸과 건강 △폭력과 안전 △청년 노동과 일자리 실태 △성평등 서울 △사이버성폭력 등을 주제로 얘기했다.

“노동환경 내 성차별 인식하고 대책 마련해야”

류벼리 매니저는 노동환경에서 여성이 겪는 차별을 얘기했다. 류 매니저는 “여성은 구직과정에서, 취업 후 직장 내에서.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경험하며 차별을 겪는다”며 일례를 소개했다. 그는 “제 지인은 면접 당시 ‘직장 내에서 성희롱 당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더라. ‘회사 매뉴얼대로 하겠다’고 했더니 떨어졌다. 두 번째 면접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아 ‘성희롱 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더니 붙었다. 여성들은 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나”라며 “우리를 노동자가 아닌 ‘여성’이란 존재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환경 내 성차별을 확실히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을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최근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투(#MeToo)’를 지지하며 성폭력 근절 방법을 논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이제는 끝, 변화를 위한 압력’을 주제로 토크쇼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최근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투(#MeToo)’를 지지하며 성폭력 근절 방법을 논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사이버성폭력은 여성혐오적 문화·시선으로 구성된 폭력”

서승희 대표는 사이버성폭력은 물리적 성폭력과 피해 양상이 다르다며, 우리사회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사이버성폭력은 여성혐오적인 문화와 시선으로 구성된 폭력”이라며 “상대방으로부터 물리적인 폭행이 없더라도 ‘너와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할 거야’라는 말이 협박이 될 수 있는 이유, 범죄를 예고한 사람을 당당하게 고발할 수 없는 이유는 성관계 했다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여성이 타격을 입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만을 집요하게 성적대상으로 여기고 성폭력을 포르노로 여기는 시선이 우리사회에 존재한다”며 “이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집중하도록 만들고 ‘저 사람은 진정한 피해자인가’ ‘충분히 인정받을 만큼 불쌍한가’ ‘순결한 피해자가 맞나’라고 끊임없이 피해자를 쳐다보고, 묻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또 “성관계 영상 유포 피해자가 얼굴과 신상을 드러내고 고발하는 순간 피해 촬영물은 누군가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핸드폰에서 온라인 공간으로 올라와 성적으로 소비되고 모욕당할 것”이라며 “인식 개선과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SNS 채팅방에 올라오는 일반인·연예인 노출 영상도 피해 촬영물이고, 엄연히 피해자가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 또 피해 촬영물이 유포됐을 때 삭제조치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초등학교 때부터 사이버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식을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폭력은 여성을 사회에서 분리·배제시켜”

김혜정 부소장은 성폭력이 차별을 지속시키고 여성을 사회에서 분리·배제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개개인에게는 인권이 있고 쉽게 침범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지만 쉽게 무시돼왔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은 수치스러울 것이라는 프레이밍이 공고했고, 이는 여성의 입을 막아왔다”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를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규모가 작고 급여가 적은 열악한 환경에서 여성 직원이 오랫동안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성추행을 하고 그걸로 협박하면 된다는 게 하나의 인력관리 노하우처럼 통용되던 때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부소장은 “여성들은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이길 바란다고 외치고 있다. 미투 운동 확산 후 직장에서 여성 직원을 미팅에서 배제하고, 업무를 카톡으로 지시하는 문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차별을 지속시키고 여성을 분리·배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공정함을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모든 기관장들이 반성폭력, 반가정폭력, 반성매매 선언을 시행하면 좋을 듯하다. 이를 통해 무언의 압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왼쪽)와 패널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이날 행사 사회를 맡은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왼쪽)와 패널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여성의 몸과 건강은 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나요?”

여성의 월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피의 연대기’를 연출한 김보람 감독은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우리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여성이 임신하지 않을 경우 최대 35~36년간 월경을 한다. 남성과 똑같이 공부·노동하고 일상생활하며 심지어는 육아·가사노동을 짊어지면서 한 달에 5~7일간 피를 흘린다는 건 굉장히 고단한 노동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일이 왜 외면돼왔을까, 피를 처리하는 방법이 왜 일회용생리대만으로 규정, 판매, 유통, 광고돼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면서 “1930년대에 이미 월경컵이 나왔지만 시장에선 전혀 개발·판매할 의지가 없었다. 시장은 남성들이 지배해왔고, 남성들은 여성이 실생활에서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는 관심 없었다. 또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 월경이나 임신, 출산, 낙태 등에 대해선 자신들이 세운 잣대와 편견을 기준으로 생각하더라”고 꼬집었다.

김 감독은 “공공기관에 비치된 물과 비누, 휴지, 노동자의 인건비 등을 시에서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은 공동체 시민들의 안전과 위생을 위한 것인데, 이는 생리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뉴욕시가 2016년 학교와 노숙인 보호소, 여성 교도소에 무상으로 생리대와 탐폰을 공급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한 것을 예로 들며 서울시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어릴 때부터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패널들의 발언을 들은 뒤 입을 뗀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기 앉아있는 시간 내내 힘들었다. 모든 남성을 대표해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말씀을 들어보니 (성차별·성폭력은) 굉장히 일상적이고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투와 같은 운동은 이미 과거에도 있었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 사람으로서, 남자로서, 시민으로서, 시장으로서 굉장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왜 미리 좀 더 잘하지 못했을까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투 관련 대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들어 성폭력을 끝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감독이 제안한 ‘비상 생리대 제공’ 등을 언급하며 “뉴욕도 하는데 서울시라고 못할 것 없지 않을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시민들은 여성이 화장하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꾸밈노동자율법’ 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초중고 내 생리대 의무 배치’, ‘인식 개선 위한 교육’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패널과 청중은 성폭력을 근절하는 해결방법으로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꼽았다. 유치원부터 대학교, 사범대, 공공기관까지 사실상 전 국민을 상대로 모든 곳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박 시장도 “(성폭력이) 굉장히 구조적이고 일상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어서 제도나 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이 우선돼야 할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성이나 차별과 부당함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좋은 교재와 강사를 확보하는 데 돈이 든다면 서울시가 절반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서울시가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고, 교육감도 좋다고 했다”면서 “일상적으로 시민들의 발언이나 제안,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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