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민주노총 주최 전국여성노동자대회

김명환 위원장, 젠더에 기반한 일터 폭력·

차별 근절하는 ‘국제기준’ 마련 약속

여성노동자들 “동일임금 동일노동,

성별임금격차 폐지” 촉구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노동자들은 일터에서조차 성폭력에 노출되고 성차별에 신음해왔습니다. 이제 여성들은 침묵하지 않고 증언하기 시작했습니다. 용기 낸 여성들에게 더욱 큰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장이 이렇게 말하며 “미투(MeToo)”라고 선창하자 여기저기서 “위드유(WithYou)”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과 전국여성노동조합, 사회진보연대, 금속노조 등 시민단체를 포함해 1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우리는 성폭력 피해를 말하기 시작한 모든 당사자들을 지지한다”며 “더 많은 말하기가 필요하다. 성폭력 피해자와 목격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반성폭력 투쟁을 조직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이에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성폭력은 성차별에서 시작된다. 일터 곳곳에서 발생하는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맞서겠다. 노동조합은 ‘젠더에 기반한 일터 폭력과 차별을 근절하는 ‘국제기준’을 마련해 노동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최원희 교사는 단상에 올라 “사실 10년 전 우리 안에도 이미 미투가 있었다. 바로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힘겹고 외로웠던 싸움”이라며 “피해자는 10년이 지나도록 아직 고통받고 있는데 당시 전교조위원장은 경기도 교육감에 출마한다고 한다. 정진후 경기도 교육감 출마자는 당장 출마를 철회하라”고 말했다.

이어 최원희 교사는 “멀리 있는 미투를 지지하는 건 쉽지만 내가 속한 집단 속 피해자와 연대하는 것은 아픔과 상처 없이 불가능하다. 나의 주변부터 바꿔나가겠다는 결심과 실천이 미투 운동에 대한 진정한 지지”라며 “성폭력이 어떤 구조에서 발생하는지, 나는 거기에 어떻게 순응하고 있는지 성찰하지 않으면 폭력적인 구조에 순응하는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라고 전했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여성신문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여성신문

이날 대회에선 여성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하고 노동 현장에서 차별을 없애는데 기여한 조합원과 노동조합을 선정해 시상했다.

‘성평등 모범 조직’으로는 2016년 3월 노동조합을 결성해 ‘부부사원 퇴사 강요, 사생활 침해하는 근무시간외 스터디 강요, 부당한 업무배치, 비정규직 직원 임금 미지급’ 등 부당한 처우와 현실에 맞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원주원예농협지회을 비롯해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여수지부 △금속노조 대구지부 대구지역지회 한국OSG분회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화지회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 동국대 시설관리분회 △여성연맹 마사회지부 등 6개 조직이 선정됐다.

이날 오혜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대구축협지부, 최현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등지회, 여영숙 전국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 광명지부 등 3명도 ‘성평등 모범 조합원’ 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여성신문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자들의 노래인 ‘노조 좋아’ ‘빨간 우산’ 등을 다함께 부르며 연대의 의미를 다졌다. 오후 3시부터는 ‘3시 스톱’을 외치며 조기 퇴근을 주장하는 율동을 하거나 다 함께 오후 3시 퇴근 알람을 맞추는 등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016년 기준 36.67%포인트였다. 남성이 100만원을 벌 때 여성이 받는 임금은 약 63만원이란 얘기다. 하루 8시간 노동시간으로 계산하면 여성은 오후 3시부터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다. 이들이 이날 광장에 모여 “동일임금 동일노동, 성별임금격차 폐지하라”를 외친 이유다. 이들은 오후 3시 30분 광화문 광장을 시작으로 서울고용노동청까지 약 2시간 행진했다.

한편 올해 110주년을 맞은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루트거스 광장에서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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