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식구들의 몸에 맞아야 한다

집은 몸이 사는 곳이고 쉬는 곳이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집은 실은 그 안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몸과 끊임없이 대화한다. 쾌적한 집이야말로 건강에 명약이다. 집을 가족의 삶의 방식에 맞춰 만드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비싼 가구와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만이 집 꾸미기의 능사는 아니다. 이번 호부터는 소박하지만 가족에게 꼭 맞게 집을 가꾸어 가고 있는 최정희 아줌마의 칼럼을 싣는다. 현관, 침실, 부엌, 베란다를 알맞은 용도로 꾸미는 방법에서부터 선반이나 패브릭 등 소품에 관한 정보까지 최정희 아줌마 가족만의 개성있는 솜씨와 지혜를 엿볼 수 있다. <편집자 주>

나는 6년 동안 별나게 소문난 연애를 하고 결혼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 종일 붙어 다니며 친구들의 눈총도 많이 받았다. 야외로 놀러 다니기도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매일 만났던 우리로서는 찻집이나 길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참 많았을 게다. 그래서 이따금 우리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아예 방 한 칸 얻을까 하고 얘기하기도 했다.

방 한 칸! 우리가 우리 식대로 우리의 생활을 꾸릴 수 있는 공간. 내가 그 방 한 칸을 갖게 되는 날, 참으로 하고 싶은 게 많아 색연필로 수없이 끄적거려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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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좀 다르다. 같은 아파트의 다른 집들과 색깔도, 느낌도, 배치도 다르다. 현관문을 열면 으레 펼쳐지는 평범한 표정은 우리 집 속에서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특별한 자재를 써서 일절 개조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우리 집은 우리 식구가 함께 우리 식대로 꾸몄을 따름이다.

이제부터 내가 소개하려는 이야기는 예쁘게 꾸미고 살았던 열두평짜리 집이, 태어난 아기와 살기에는 너무 좁아 이사하게 된 새 아파트를 손수 개조했던 경험들을 담은 것이다.

이사하기 며칠 전 우리는 줄자와 종이를 들고 개조 계획을 잡으러 갔다. 제발 기본 색은 흰색이기를, 바닥재는 우드륨이기를 바라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다행히 거실 바닥재는 우드륨이었지만, 흰색도 노란 색도 아닌 방문에는 가운데 덧대어 놓은 장식이 있었는데 마구잡이로 여러 물감을 섞어만든 듯한 갈색이 걸작(?)이었다. 게다가 주방의 자주색 타일벽, 거실 천장에 자리잡은 진한 밤색 테두리의 두루미 문양 조명 등 손을 대야 할 곳이 산재해 있었다.

작은 방 하나, 큰 방 하나. 대부분은 큰방을 부부 침실로 삼고 작은 방을 아이 방으로 삼겠지만, 우리는 큰방을 아이 놀이방으로, 작은 방을 침실로 정했다.

대개의 경우 거실에는 TV와 오디오 장식장을 놓고 맞은 편에는 소파 하나 놓는 게 보통이지만 우리는 거실을 책을 읽고 공부하는 공간으로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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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과 식탁이 따로 구분되기 어려운 구조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냉장고 옆 식탁 지정석인 듯한 자리에 식탁을 놓을 테지만, 우리는 거실의 중앙 통로에 식탁을 놓기로 했다.

또한 현관에 있는 천장 높이의 신발장을 겸한 장식장 대신 키낮은 신발장과 파티션을 만들기로 했다.

이사하기 전에 모든 작업을 마치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사정상 큰방에 짐을 가득 넣어둔 채 기본 생활에 필요한 부분부터 우선적으로 짬짬이 개조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회사에 다녀와 저녁과 때때로 밤시간까지 할애했고 주말에는 굵직굵직한 공사를 척척 해내 나의 조바심을 덜어 주었다. 2층인 우리 집 아래가 아파트 현관 복도라서 웬만한 소음은 이웃들에게 불편이 되지 않았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되돌아보면 어린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그 많은 작업들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는 참 재미났고 무엇보다도 신이 났었다. 우리가 사는 집을 우리 마음대로 꾸미고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정희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결혼 후 대구로 내려가 자연주의를 실천하며 사는 아줌마다. 다섯 살배기 딸 한을과 발명가를 꿈꾸는 남편과 함께 손수 집을 꾸미고 가구를 짜며 알콩달콩 건강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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