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남학생은 황금색 왕관,

여학생은 분홍색 씌워

“성별 고정관념 강화” 지적

 

한 초등학교가 입학식에서 환영의 의미로 학생들에게 씌워준 ‘왕관’의 색을 두고 학부모들이 항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남학생은 황금색 왕관을 씌워준 반면, 여학생에게는 분홍색 왕관을 주었기 때문이다. ‘여성=분홍색’이라는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할 학교가 오히려 이를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부산 해운대 A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는 환영의 의미로 6학년 학생이 1학년들에게 왕관을 씌워주는 행사를 열었다. 김모씨는 딸과 함께 이 입학식에 참여했다가 남학생에게는 황금색, 여학생에게는 분홍색 왕관을 씌워져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사회가 바뀌려면 교육부터 바꿔야 하는데 왕관을 씌워주는 모습을 보고 교육이 바뀌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가 가장 먼저 성평등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불평등, 위계에 위한 성폭력 사건이 많은데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성 역할 고정관념을 고착화하는 교육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2학년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색깔을 모니터링해보니 분홍색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왕관 색깔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색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여학생에게만 분홍색 왕관을 씌웠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이 이러한 성별 고정관념을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되면, 성차별이 내면에 뿌리내리게 된다고 지적한다.

류재옥 부산여성인권센터 소장은 “교사가 성별 고정관념이 있거나 이를 왜곡되게 교육하면 학생들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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