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운동가 이경옥·임종린·이가현

파리바게뜨 본사, 제빵기사들 자회사 직접고용

홈플러스, 무기계약직들 정규직 전환

알바노조, 여성·청소년 등 약자들 위한 투쟁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위쪽부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위쪽부터)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들이 말하고 싸워가며 일터를 바꿔가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이용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 서는 3인을 만났다.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비정규직 대량 해고에 맞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함께 투쟁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경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무처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 종사자가 많고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직종이 대형마트다. 대다수가 경력단절 여성이다 보니 임금 수준이나 처우도 낮다. 그러나 최근 홈플러스에서 무기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무기계약직 노동자 중 약 20% 이상인 만 12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 570명이 정규직 직급인 ‘선임’직급과 직책을 받고 승진, 복리후생 등도 똑같이 적용받는다. 올해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편법 등의 꼼수나 해고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다.

사실상 비정규직이었던 이들이 정규직으로 올라가는 발판을 마련한 이는 10년 전 홈플러스에서 해고된 ‘정규직’ 이경옥 씨다. 2007년 당시 노조부위원장이었던 그는 정부의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인해 발생한 2000명 대량해고 사태에 맞서 510일간 투쟁해 해고를 막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12명의 해고자 중 그도 포함됐다. 영화 ‘카트’는 이들을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그는 현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과거 자신이 속했던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노조가 사측과 협상을 하는 과정을 지원해 정규직화 협상을 끌어내도록 주도했다.

2000년 당시 벼룩시장에 난 채용공고를 보고 찾아간 그는 ‘운좋게’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안정된 직장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마트 내부에서는 소수 남성 관리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을 줄곧 무시하고 천대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있었다. 집안의 가장이었던 그는 당시 “(관리자들은) 여자들은 남편도 있고 하니 반찬값 벌러 나온 거 아니냐고 폄하하는 얘기를 일상적으로 들었다”며 “비정규직인 여성들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이 사무처장의 노조 간부 활동은 사측 덕분에 시작됐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그를 사측은 “시키는 일도 잘하고, 말도 잘 듣게 생겼다”는 이유로 노사협의회 위원으로 지목했다. 기회다 싶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프랑스인 점장은 자신의 결정을 통역을 거쳐 통보하는 게 전부였다. 이 처장은 그 길로 낮에는 일을, 밤에는 전국의 마트를 돌아다니면서 노조 지부를 결성하고 나섰다.

노조원들이 늘면서 사측과의 싸움은 본격화됐다. 2002년 5월부터 거의 300일간 파업을 했고, 이어 70일 파업, 해마다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 투쟁을 이어나갔다. 천막 치고 고공농성도 불사했다. “싸우지 않고 소리치지 않으면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나아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촉구하자 비정규직들의 가입이 급증하고 결속력도 높아졌다.

“여성들이 투쟁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을 못 했을 거예요. 최저임금 받고 가정을 돌봐야 하는 기혼 여성들이 노조활동에 뛰어들고 510일간 투쟁할 수 있었던 건 더 이상 내몰릴 곳이 없다는 절박함이었어요.”

이 사무처장의 바람은 우리 사회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철폐’다. 그 방법은 연대와 싸움뿐이다. “싸우는 노조가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사측과 개별적으로 만나 회유하고 아무리 잘 보인들 내 임금이 얼마나 올라갈까요.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해요.”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전국 방방곡곡서 일하는 제빵기사들 노조 설립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노동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기업이 파리바게뜨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인 SPC에 대해 5000명이 넘는 제빵기사(카페기사 포함)를 협력업체를 통해 불법 파견하고 있다며 시정 지시를 했고 결국 올해 초 본사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본사의 합의 상대는 제빵기사 다수여야 한다. 그러나 전국 3000개가 넘는 매장에 흩어져 혼자서 일하는 노동환경에서 조직 구성은 불가능해보였다. 이를 해낸 이가 10년차 제빵기사 임종린(35)씨다. 그는 스스로를 “평소 회사에 불만은 많았지만 해결할 방법이 없어 혼자 삭이던 불만 많은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SPC본사와 노조 간 합의까지 정의당, 민주당, 고용노동부, 민주노총 등 다양한 조직이 전폭적으로 개입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씨가 제빵기사들을 한명 한명 만나 노조의 존재 이유를 설득해 조직을 구성하는 과정과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제빵기사들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조를 알리는 과정에는 인스타그램의 역할도 한몫했다.

임 지회장은 “노조를 만들고 보니 노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강조한다. 본인과 몇몇 지인이 당했던 문제는 사소한 축에 든다.

“모여서 얘기하고 보니 별의별 문제가 다 있었더라. 다리를 다쳐 깁스를 했는데 이틀 쉬고 나오라고 하니 정말 출근했던 사람도 있었다.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데 말이다. 본인이 쉬면 다른 기사들이 못 쉰다고 생각했다. 에어컨 하나 교체해달라고 하면 제빵기사가 교체된다. 이젠 안 될 걸 아니까 요구조차 못한다. 산재도 많은데 4년 동안 본사에 접수된 건 서너건 뿐이다. 손목을 과하게 사용하다보니 수술을 받는데 사비로 하고 복귀한다.”

제빵기사 중 여성이 70%를 넘고 매장 점주 중엔 남성이 많다보니 성추행도 빈번하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면 협력업체든 본사든 해결은 하지 않고 피해자를 그 매장에서 빼서 다른 매장에 보내는 선에서 그친다. 그런데 그 점포엔 가해자가 그대로 남아있으니 다른 기사가 가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노조 설립 전에 자살한 마필관리사 소식을 듣고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건 맞지만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는 사업장도 아닌데 문제 제기하는 우리가 하는 게 오버 아닌가, 걱정도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되기 전에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당장의 목표는 연장근로수당 문제 해결이지만, 이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의식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회사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권리의식 교육을 하고 싶다. 스스로 권리를 지켜야 한다.”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

“알바노조가 왜 여성주의?”비판도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알바노조 이가현 위원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알바노조의 여성 첫 위원장인 이가현(26) 위원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다양한 알바를 전전하다가 2013년도에 노조 활동을 시작한 12학번 법학과 4학년 학생이기도 하다. 알바노조에 전념한 이유는 노조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맥도날드에서 해고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알바노조를 하나하나 바꿔나가고 있다. 2017년 위원장 보궐선거에선 ‘무지개 알바노조’, ‘첫 여성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당선된 후 그간 알바노조가 해왔던 최저임금 1만원 운동, 알바노동자 처우 문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의제 운동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길에 나섰다.

전반적인 여성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진행해 외모 평가를 포함한 꾸미기노동, 일터 내 성폭력을 문제제기하고 일바노조 내에 성소수자 모임을 만들었다. 노조를 지지하는 주변 단체들과 함께 인권캠프도 진행했다.

이 위원장은 내부 비판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알바노조인데 왜 여성주의를 얘기해야 하나, 노동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고, 노조 탈퇴할 때 작성하는 문서에도 여성주의 때문이라는 얘기도 가끔씩 나왔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조직의 분위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알바노조 내 여성주의 활동은 그가 위원장이 되기 이전부터 있었다. “2014년도에 여성주의 활동을 하는 분회가 만들어져서 싸우고 바꾸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던 중 강남역 사건 이후 성별에 관계없이 관심이 더욱 커졌다. 여성 노조원이 화장을 하면 한다고 얘기 듣고, 안 하면 또 안 한다고 얘기 듣고 별별 소릴 다 들었지만 꾸준히 페미니즘 이슈를 제기하고 교육을 한 이후 확실히 덜 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위원장은 지난 11개월간의 활동을 보다 확장시켜 ‘모두를 위한 알바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가 다양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은 “노동자가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바노동자의 정체성도 약자이지만 여성도 약자 아닌가. 일단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 문제 제기는 당연한 거다. 또 알바노동자라는 이름으로만 뭉뚱그려질 때 현장의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성알바노동자, 청소년노동자 등 더 구체적으로 호명할 때 알바노동자가 겪는 문제가 다각적,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도 해야 한다. 앞으로는 청소년 문제에 하고 싶다. 어리다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많이 겪지만 오히려 사각지대에 내몰린다.”

그는 파리바게뜨 노조를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임종린 지회장도 멋있지만 조합원들도 자신의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멋있더라. 울면서 발언하고 보듬어주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농담도 주고받는 모습에서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노조로 모여 바꾸는 게 가능하겠구나, 희망도 느꼈다. 나도 더 열심히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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