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진심어린 사과 기다려”

올 광복절엔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시원스레 바로 잡히지 않는 가운데 의미있는 공연 하나가 준비되고 있어 주목된다.

실험독립만세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관하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공연 ‘할머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가 광복절 이틀 전인 8월 13일 연강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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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란 음반을 내고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해온 실험독립만세 임상훈은 “젊은 세대들이 할머니들의 어려웠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를 들추어내어 반일 감정을 부추기자는 게 아니라 화해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임상훈이 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관심을 가진 건 우연히 고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할머니의 빼앗긴 순정이란 그림을 보았는데 온몸에 전율이 흐르면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그는 그 뒤 인터넷과 책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빼앗긴 순정’이라는 곡을 쓰게 됐고 계속해서 쓴 10곡을 묶어 음반으로 만들어 낸 것.

“난 아파요. 난 울었죠. 꽃 피는데. 꽃 피는데”가 반복되는 ‘빼앗긴 순정’은 군 위안부였던 문필기 할머니가 직접 노래를 부르며 가슴 속 아픔을 표현했다. 증언이란 독백에는 백주대로에서 강제로 납치되어 군 위안부가 되었던 할머니의 얘기, 매독치료를 위해 일본군의관이 수은을 쏘이는 바람에 영구불임이 된 할머니, 생리 중에도 솜 쑤셔넣고 짐승처럼 군인을 상대해야 했던 악몽이 드러난다. 이어지는 노래가사 “내가 왜 사는지 왜 또 눈을 떠야하는지. 내가 견뎌야 할 외로움의 끝은 어딘지”는 차라리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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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이 일을 하기 전까지 일본음악의 숭배자였다. 그러나 이 작업을 하면서 우리 음악과 문화 뿐 아니라 그 안에 베어있는 우리 아픈 과거를 느꼈다”는 임상훈은 한 위안부 할머니가 하신 “그 놈들은 우리가 죽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 우리가 죽으면 아무도 관심을 안가질테니…”라는 말씀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있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는 영상과 퍼포먼스 그리고 <빼앗긴 순정> 음반에 담긴 곡들이 선보인다. ‘문어’로 막을 올리는 공연에는 실험독립만세의 임상훈과 문필기 할머니, ‘잃어버린 우산’이란 곡으로 유명한 가수 우순실, 어린이 합창단과 퍼포먼스팀들이 참여한다.

임상훈은 “무대에 스크린을 설치해 위안부 할머니들에 관한 자료화면과 함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라며 그가 처음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을 보았을 때의 전율과 감동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한다.

앨범 한 장 내고 공연 한번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군 위안부라는 비극적인 현실은 분명 과거의 진실이었다. 이러한 힘들이 모여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바란다는 임상훈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어서 빨리 그 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는 그 시작이라고 이번 공연은 말해줄 것이다. (8월 13일 2회 공연, 연강홀, (02)2638-0460 실험독립만세)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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