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

유곽’으로 조성된 이후

110년의 어두운 역사 가진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오석근 등 사진가 3인

자갈마당 담은 사진책 발간

성매매 종사자들 구술기록

더한 자갈마당 기록물

 

사진집 『자갈마당』(사월의눈) ⓒ사월의 눈
사진집 『자갈마당』(사월의눈) ⓒ사월의 눈

대구시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대구의 대표적인 성매매집결지다. 저습지라 발목이 빠지지 않도록 자갈을 깔아 자갈마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여성들이 밤에 몰래 도망치지 못하도록 소리가 나는 자갈을 깔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1908년 일본인에 의해 ‘유곽’으로 처음 조성된 이곳은 이렇게 여성 인권을 볼모로 만들어졌다. 이후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자갈마당에는 성매매집결지라는 꼬리표가 달려야 했다. 100년이 넘는 어두운 역사를 등에 진 이 공간은 정부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방침에 따라 곧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공간을 도려내면 여성인권 유린도 깨끗이 사라질까. 또 성매매 종사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자갈마당을 삭제하는 대신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집 『자갈마당』(사월의눈) ⓒ사월의 눈
사진집 『자갈마당』(사월의눈) ⓒ사월의 눈

사진가 오석근·전리해·황인모는 2016~2017년 2년간 자갈마당 곳곳을 포착해 정리한 사진책 『자갈마당』(사월의눈)을 발간했다. 사진가 세 명이 담은 자갈마당과 대구여성인권센터가 제공한 연표와 시각자료, 성매매 종사자들의 구술기록이 더해진 대구 성매매집결지 110년의 기록물이다.

출판사 사월의눈에 따르면 이번 사진집은 지난 2016년 독립큐레이터 최윤정의 기획으로 진행된 자갈마당에 관한 전시로부터 시작했다. 당시 13명(팀)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자갈마당에 관한 혹은 자갈마당으로부터 촉발되는 화두를 다양하게 모색했다. 이후 오석근·전리해·황인모를 주축으로 사진책을 발행하자는 최윤정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출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사진집 『자갈마당』(사월의눈) ⓒ사월의 눈
사진집 『자갈마당』(사월의눈) ⓒ사월의 눈

사진집을 열면 성매매 업소 내부의 화사한 꽃장식과 파스텔톤의 벽지를 담은 사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이러한 ‘장식적 표면’들은 종사자들의 암흑적 현실과 대비된다고 설명한다. 성매매 업소 내부뿐 아니라 폐허가 돼버린 철거 중인 업소 외부, 인근 건축물과 여성의 손목에 생긴 상처, 멍이 든 무릎 등 여성들의 실체 등 다양한 사진이 실려 있다.

사월의눈은 “집결지 폐쇄와 동시에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는 현상은 100년 동안의 여성인권 유린의 현장이 ‘이름만 다른’ 또 하나의 인권 유린 현장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면서 “폐쇄와 함께 장소를 기억하고, 성매매집결지라는 기표 너머 복잡한 의미작동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 노력 없이 한 세기의 착취적 구조는 다른 이름으로 재생산되기 마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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