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아프리카 TV 등 포함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성평등 걸림돌’이 발표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 34회 한국여성대회 기념식에서 ‘성평등 걸림돌’이 발표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은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지난해 성평등 실현을 저해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성평등 걸림돌’ 6곳을 발표했다.

2017 성평등 걸림돌에는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은 한샘 △여성을 뽑지 않기 위해 면접순위를 조작해 여성 입직을 봉쇄한 ‘한국가스안전공사’, △여성혐오 콘텐츠를 조장·방조한다는 비판을 받는 ‘아프리카 TV’ △성폭력 판단에서 ‘피해자다움’의 전형성을 드러낸 ‘이주여성 친족성폭력사건 담당 제주지방법원 1심 재판부’,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해 사회적 논란 일으킨 ‘대구 가톨릭병원’·‘한림대 성심병원’ △직장 내 성폭력에 미온적 대처하며 2차 피해를 입힌 ‘대구은행’이 포함됐다.

다음은 여성연합이 발표한 성평등 걸림돌의 선정 배경이다.

1. 이른바 ‘한샘 사건’은 여성노동자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직접 밝힌 내용을 보면 남성 동기에 의한 불법 촬영, 사건 해결을 도와주겠다고 접근한 신입직원 교육담당자에 의한 성폭행, 이 사건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인사담당자에 의한 성추행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조직에선 ‘꽃뱀’ ‘연애관계’ 등의 루머가 퍼지며 피해자가 고립됐고, 피해자에게 진술서 번복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성연합은 “고용 결정권을 쥔 상사에 의한 성폭력, 그리고 이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기업에서의 무책임한 사후조치, 피해자에게 조직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불이익을 준 한샘 사건은 모든 여성들이 겪고 있는 직장 내 성폭력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2.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인사채용 과정에서 여성 합격자를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다는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순위 조작으로 불합격권 남성 지원자 13명이 합격했고, 합격자인 여성 지원자 7명은 불합격했다. 이는 출산과 양육을 여성 개인의 일로 치부하며 이를 이유로 여성 채용을 회피하는 남성 관리자의 전형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원은 여성 지원자를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혐의로 박기동 한국가스안전공사 전 사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3. 아프리카TV는 여성혐오 콘텐츠를 방조·조장·확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월 11일 아프리카TV의 한 남성 BJ(Broadcast Jockey)가 브라질리언 왁싱을 받는 내용의 영상을 방송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이 BJ는 방송에서 여성이 가게를 혼자 운영하며, 가게가 외진 곳에 위치했다는 정보를 노출했다. 동시에 왁싱숍 운영자에게 ‘미모의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왁싱을 받던 중 ‘성기가 섰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며칠 후 이 왁싱숍을 운영하던 여성은 해당 방송을 보고 범행을 계획한 범죄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또 다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는 점에 수많은 여성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아프리카TV는 이 방송을 진행한 BJ에게 2017년 연말 열린 ‘아프리카 시상식’에서 ‘토크’ 부문 대상을 수여했다. 여성연합은 “많은 BJ들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방송을 하고 있으나, 아프리카TV는 사실상 성차별적인 콘텐츠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4. 제주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처제를 성폭행한 한국인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이렇다. 피해자가 성폭행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고, 체구가 작은 가해자의 체격조건을 감안할 때 성폭력이 가능했는지가 의심스러우며, 피해 당일 피해자와 피고인이 같이 카페에 가 사진을 찍은 사실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성연합은 “재판부가 가족의 붕괴를 우려해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어려워하는 친족성폭력 사건의 특성과 결혼이 취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주여성 가족이 처한 환경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5. 2017년 11월 한림대 성심병원과 대구 가톨릭병원의 사내 행사에서 간호사들에게 짧은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출 것을 강요하며 간호사들을 성적으로 소비했다는 증언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다. 병원에서 연차가 낮은 간호사 중 외모 순으로 차출해 각종 사내 행사에서 노출 강도가 심한 옷차림으로 선정적 춤을 출 것을 강요했으며, 간부들은 이를 소위 ‘기쁨조’로 즐겼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여성연합은 “이는 간호사를 전문 직업인으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여성 노동자가 업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성차별의 극단적인 행태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5. 지난해 7월 대구은행에서 간부급 직원 4명이 3명의 계약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는 사건이 드러났다. 대구은행 측이 자체조사를 했지만 가해자 4명에게 대기발령 조치만이 내려졌다. 결국 노동청이 나서 해당 사건을 성희롱으로 결론내리고 징계하라는 공문을 보내자, 그때서야 회사는 가해자 4명에 대한 징계를 시작했다. 사내 고충상담센터가 없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대구은행 측은 이후 인권센터를 만든다는 약속은 지켰다. 다만 외부전문가가 개입한 실태조사나 직급별 직장내성희롱예방교육 실시, 젠더관점을 가진 상담전문가 배치, 외부전문가 위촉 요구에 대해서는 노조 반대를 이유로 시민단체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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