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 회원규모 다음카페 ‘아이라이크싸커’ 운영진, 

고 윤형숙 열사 폭력적 묘사한 그림 대문에 내걸었다 교체

“독립운동가의 고통을 선정적 구경거리로 삼아” 비난 이어져

 

다음 카페 ‘아이라이크싸커’(락싸) 메인 페이지에 올라온 삼일절 기념 이미지. 1일 오후 다른 이미지로 교체됐다. ⓒ다음 카페 접속화면 캡처
다음 카페 ‘아이라이크싸커’(락싸) 메인 페이지에 올라온 삼일절 기념 이미지. 1일 오후 다른 이미지로 교체됐다. ⓒ다음 카페 접속화면 캡처

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이 삼일절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를 폭력적 방식으로 묘사한 그림을 카페 대표 이미지로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부랴부랴 교체했다. 

삼일절 하루 전날 다음 카페 ‘아이라이크싸커’(락싸) 메인 페이지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을 그린 그림이 올라왔다. 한쪽 눈과 팔을 잃은,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여성이 입에 태극기를 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민족의 외침! 3·1절!’ ‘대한독립만세! 일본 경찰에게 왼팔과 오른눈을 잃은 독립유공자 윤형숙 열사’라는 문구도 함께 적혔다. 락싸는 회원 수 약 16만 명 규모의 유명 커뮤니티로, 이 이미지는 최초 공개 이후 곧바로 온라인을 타고 번졌다.  

일부 회원들은 이를 여성신문에 제보하며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면 여성의 고통을 자극적으로 활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드러나 황당하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카페 회원 김진호(28) 씨는 “독립운동가를 기억하고 추모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왜 하필이면 고문으로 신체를 잔혹하게 훼손당한 여성을 전시하는 방식을 골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해당 카페는 이날 메인 이미지를 교체했다. 기획·제작자는 이날 오후 카페에 공지글을 올려 “윤 열사를 희화화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일제가 너무도 잔혹하게 우리 민족을 핍박했다는 걸 오늘 하루만큼은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게 의도였다. 그림을 넘어 일제에 대해 주목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카페 회원 박영주(가명·35) 씨는 “의도야 어쨌건 독립운동의 정신에 주목하기보다는 한 여성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당한 고통을 선정적인 구경거리로 삼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중엔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한 사람인 고 윤형숙 열사 ⓒ여성신문 DB
대중엔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한 사람인 고 윤형숙 열사 ⓒ여성신문 DB

윤형숙 열사는 전라도 광주 수피아여고 2학년 재학 중이던 1919년 3월 10일, 광주에서 열린 독립만세 운동에 참가했다가 일본 헌병에게 왼팔을 잘렸다. 주동자로 체포된 그는 보안법 위반으로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4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일본 군영에서 연금 생활을 했다. 고문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마저 실명됐고, 반대쪽 눈마저 거의 실명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전주·고창 등을 돌며 기독교 전도와 아동 교육, 문명 퇴치 운동에 여생을 바쳤다. 윤 열사는 6·25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28일, 손양원 목사 등과 함께 여수시 둔덕동에서 인민군의 손에 학살당했다. 정부는 뒤늦게 그의 공을 기려 2003년 대통령 표창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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