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에서 크게 대두되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으로 모임에 가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남자지만 이렇게 짐승이 많은 줄 몰랐다’ ‘별 의식 없이 행동했던 것들이 의식이 되어지니까 여자들하고는 엮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등의 말들을 한다.

한 여성 CEO는 남성 부사장이 직원들과 대화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터치하는 것을 지적하고 주의를 줬는데, 계단을 올라가면서 또 여직원의 팔을 건드리며 대화를 하자 그 옆에 있던 여직원이 불쾌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봤다. ‘정말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구나’ 하고 이번에 여직원들을 다 불러서 교육을 했다. “상대방이 정말 의도를 가지고 할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여러분들은 확실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 속으로만 불편해하고 내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른다. 그러니 불편하면 확실하게 나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정말 싫다고 하라. 서로 명확해야 나중에 탈이 없다.” 그런데 이 CEO의 회사는 남녀 비율이 60대 40인데 이제 여성 중간관리자들도 몇 명 있는데 정말 예민한 상황이고 고민이 많다고 했다.

실제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중 남녀 직원 모두 여성 상사가 요구하면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도 남성 상사가 말하면 바로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여성 상사들의 울분이 치솟는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미국의 사회언어학자 데보라 태넌의 논문(The Power of Talk: Who Gets Heard and Why)을 보면 “남녀의 의사소통 양식, 직장에서의 성별 언어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은 ‘관계’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발달시킨 반면 남자아이들은 ‘지위’를 중시하는 성향을 발달시켜왔고, 이는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고 나온다.

『오만하게 제압하라』의 저자 페터 모들러는 “헌신적으로 일하고 좋은 실적을 올리는데도 남자 상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여자 직장인들의 불평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남녀 성별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오기 때문에 여성들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상황에 맞게 전략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인 남녀 10명 중 7명 이상은 조직 내에 군대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표현하면 조직에는 남성 비율이 보편적으로 훨씬 높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신뢰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연일 신문에 보도되는 기사를 보며 울분이 터지는 것도 사실이나 한편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남성들도 많이 있다. 회사에서 남성 상사의 인정을 받아 연수도 다녀오고 리더로서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잘 배워 상사를 존경하는 여성 리더들도 제법 있다. 모든 것이 한쪽으로 치우지면 기울어지게 마련이고 사고로 이어진다. 지금의 상황들도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가기위해 표출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다양한 변화들은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조직도 불확실한 시대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탈권위주의, 경계가 없는 협력을 통한 협업이 강조될 것이며, 더 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의사소통이 전개될 것이다. 특히 조직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더 나은 방법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성과는 남녀가 상호 다름을 인정하고 그 가운데서 신뢰를 형성해 나갈 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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