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성폭력과 유리천장
[세상읽기] 성폭력과 유리천장
  •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 승인 2018.02.26 09:50
  • 수정 2018-03-02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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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정규직 전환·승진 미끼로

자행되는 성추행에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은 여성들 

출산율과 고용률 높이려면

성희롱 없는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정부가 나서야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올해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가슴에 흰 장미를 꽂고 미투(Me too) 운동에 지지와 연대의 합창을 하던 여가수들을 보면서 가슴 뭉클하면서 부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서지현 검사가 상급자로부터 받은 성추행, 문제 제기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이를 묵과한 조직적 은폐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이 문화예술계와 대학 사회를 중심으로 생사여탈권을 쥔 ‘왕’들의 성추행을 연이어 세상에 고발하며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남의 일이었을 때는 부러웠는데, 우리 일이 되고 보니 피해 여성들이 살아낸 고통과 침묵의 어두운 시간에 가슴이 아프다.

성추행 피해가 미투 운동이라는 계기로 봇물처럼 밝혀지고 있지만 일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하는 여성들의 외침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사업인 ‘고용평등상담실’을 통한 상담 사례 가운데 직장 내 성희롱 상담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 672건으로 대략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 여성들은 회식 자리에서 남자 상사의 추근덕거림 때문에 어렵게 취직한 일자리를 떠나야 할지를 고민하고, 콜센터 상담원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상습적인 성적 희롱에 공황 장애를 경험하며, 요양보호사는 돌보는 어르신의 성희롱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일자리, 정규직 전환, 승진을 미끼로 은밀히 또는 노골적으로 자행되는 성추행에 여성들은 일터에서 행복하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남자들만큼 배운 여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이코노미스트지가 해마다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몇 년 째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 점수를 낮춘 것은, 실질적으로 직장 내 여성의 지위를 나타내는 남녀임금격차, 여성관리직 비율, 임원급 여성 비율 영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영역은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해 꾸준히 경력을 쌓을 수 있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패턴인 ‘M자 형’을 만들어내는 ‘경력단절’ 여성이 사회적 문제로 간주된 지 오래다. 2010년 시행에 들어간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은 “경력단절여성등”을 임신·출산·육아와 가족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보육서비스, 육아휴직, 재취업 지원에 집중적인 관심과 재정을 투입했지만, 육아기 여성의 출산율과 고용률 개선이 미진하자 쓸 데 없는 데 돈을 쓴 것은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그러나 경력 단절의 이유를 오로지 출산과 양육의 무게를 극복하지 못한 나약의 여성의 의지로 몰면서,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일터의 여성 혐오 환경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출산율과 고용률을 동시에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을 돌보면서 일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일터 혁신과 더불어 여성이 온전한 인격체로 남성과 동등한 파트너로 일할 수 있도록 성희롱 없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거의 필요 없는 성희롱 없는 일터 만들기로 보육과 육아휴직에 쓰는 예산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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