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굿즈로 ‘보이는 페미니스트’ 자처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의 힘 보여주고파” 

 

김지연씨가 제작한 ‘His opinion does not define feminism’ 휴대폰 케이스와 페미니스트 레터링 반지 ⓒ김지연씨 제공
김지연씨가 제작한 ‘His opinion does not define feminism’ 휴대폰 케이스와 페미니스트 레터링 반지 ⓒ김지연씨 제공

최근 스티커, 배지, 후드티 등 다양한 페미니즘 관련 굿즈가 점점 더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함으로써 페미니스트로서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겠다’는 태도도 담겨 있다.

여기서 나아가 페미니즘 굿즈 제작으로 여성의 인권 신장을 돕는 모임이 있다. 숙명여대 3학년 김지연(23)씨를 주축으로 모인 ‘페미파워프로젝트’ 이야기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굿즈 판매로 모인 수익금 전액을 여성단체에 기부한다. 지금까지 굿네이버스 저소득층 여아 생리대 지원, 미혼모 자립 지원 단체 애란원, 일본군‘위안부’ 시설 나눔의 집, 여성신문 등 4곳에 총 100여만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페미파워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21일 벌어진 ‘동국대학교 성추행 사건’의 공론화를 위해 모인 팀이다. 팀 대표인 김씨는 지난 11월 21일 숙명여대에서 진행한 ‘블루리본 캠페인’의 기획자기도 하다. 당시 학생들에게 2000개의 코발트색 리본을 발부해 대학 내 성폭력을 공론화했다.

김씨는 최근 페미니즘 굿즈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평소 귀걸이 제작이 취미였던 김씨는 페미니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한 뒤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물품인 페미 굿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생리대 귀걸이나 페미니스트 레터링 반지가 그 예다. 이유는 하나다. 많은 사람이 ‘보이는 페미니스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김지연씨가 발암 물질 생리대 사태에 분노해 제작한 ‘POISONED RUBY’ 귀걸이. 흰 레이스는 신체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에 직접 대면함에도 불구하고 발암 물질이 된 생리대를 상징하며, 루비 빛깔 큐빅은 여성들이 이로 인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생리혈을 상징한다. ⓒ김지연씨 제공
김지연씨가 발암 물질 생리대 사태에 분노해 제작한 ‘POISONED RUBY’ 귀걸이. 흰 레이스는 신체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에 직접 대면함에도 불구하고 발암 물질이 된 생리대를 상징하며, 루비 빛깔 큐빅은 여성들이 이로 인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생리혈을 상징한다. ⓒ김지연씨 제공

각각의 굿즈에는 개별적인 의미가 담겼다. 발암 물질 생리대 사태에 분노해 제작한 ‘POISONED RUBY’ 귀걸이, 여성의 몸에 대한 선택권은 국가가 아닌, 나에게 있다는 의미의 ‘My Body My Choice’가 적힌 보라색 후드티, 당당히 페미니즘을 드러내자는 의미의 페미니스트 레터링 반지, ‘His opinion does not define feminism’ 휴대폰 케이스 등이 그 예다. 인스타나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매한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폰 케이스는 배우 유아인의 ‘애호박’ 발언에 분노하는 의미를 담았다. 폰 케이스 판매 수익금은 여성신문에 기부했다. 김씨는 “페미니스트 여성에게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며 감별사 역할에 협조한 모든 언론사와 ‘사람들’에게 외치는 굿즈였다”면서 “젠더 문제를 공론화하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여성신문에 판매수익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굿즈 제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여성 홈리스 페미 반지 굿즈를 함께 진행한 단체가 공구 공금을 횡령해 환불을 진행하고 사과문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앞으로도 굿즈 제작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김씨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 때까지 굿즈 제작을 멈추지 않겠다”며 “스카잔, 하얀 리본, 파우치, 스티커 등 더 많은 종류의 굿즈를 만들어 기부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공구를 통한 수익금을 다른 여성과 연대하는 데 사용해 세상을 바꾸는 페미니즘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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