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무관심 엇갈린 반응들

중소기업청(청장 최동규)이 지난 2월 2001년도 여성기업지원사업의 하나로 발표한 100억 규모의 여성기업전용펀드가 당초 6월 중 결성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미뤄지고 있다.

특히나 여성기업인들은 작년 민간 차원에서 결성된 ‘여성벤처펀드투자조합’이 실패로 끝났다는 자체 평가와 함께 이번 펀드가 과연 성공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어, 정부 주도하의 이번 펀드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첫발을 내디딜지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출자자 못 구해 8월로 결성 연기

“첫번의 실패 딛고 이번엔 성공해야”

우선 펀드 결성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중기청 벤처진흥과에서는 “여성기업에 출자하려는 조합원들을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현재 조합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창업투자회사와 산업은행으로 밝혀졌다.

당초 중기청은 한국여성벤처협회(회장 이영남 이지디지탈 대표)와 공동으로 여성기업투자펀드를 결성하기로 하고 한솔창업투자와 한능벤처기술투자 등 두 개의 회사를 업무집행조합원으로 선정해 6월 내 펀드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한솔창투에서 60억원, 한능벤처에서 40억원으로 각각 구성되며 재정자금으로 펀드당 결성액의 40%를 출자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펀드가 결성된 후에는 결성 총액의 70% 이상을 여성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의무화하고 투자기업 발굴은 창투사와 여성벤처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중기청이 그린 청사진은 또 있었다. 이번 펀드가 성공적으로 운용되면 하반기 중 추가로 여성벤처펀드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매년 벤처투자조합 결성총액의 3% 내외에서 여성벤처펀드가 결성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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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여성기업인들은 펀드조성이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오해가 사라지고 투명한 운용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은 지난 5월에 열린 여성기업박람회)

여성벤처협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중기청에서 40%, 창투자금 30%, 본 협회에서 30%를 분담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차질이 생겨 산업은행을 참여시켰는데 산업은행도 원래는 3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가 10억원으로 변경하는 등 절충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결성 시기가 미뤄지고 있는 원인에는 중기청과 여성벤처협회의 견해차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벤처협회에 따르면 “협회 입장에서는 약속한 날짜가 자꾸 지연되는 것보다 1차로 50억원 규모의 펀드라도 출범시키는 방향으로 중기청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중기청에서는 100억원을 다 채워서 출범하는 쪽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김혜정 삼경정보통신 대표)가 정보통신부와 여성기업펀드를 조성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정부에서 홍보성으로 여성기업펀드를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혜정 위원장은 “별도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은 없다”며 소문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통부에서 IMT2000 사업자들이 낸 출연금을 활용해 연말까지 2500억원 규모의 IT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성기업인들에게도 창구를 마련해 달라는 제안을 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상태”라며 “아마 이것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들 홍보성 정책 그칠라 우려도

“영세기업 혜택받도록 조항 완화해야”

한편 여성기업인들의 입장도 여러 가지였다. 웹사이트 구축 토털 솔루션 개발업체인 ㅅ사의 ㄱ사장은 “일단 여성기업을 겨냥한 펀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은 곤란하다”고 전제하면서 “펀드를 조성해 여성기업이 좀더 발전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선정 절차의 공정성 부분에서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할 것인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펀드가 조성된다고 해도 우리 같은 기업에게까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데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한 벤처기업의 여성기업인은 “이번 펀드 조성이 여성기업인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인큐베이팅 개념에서 폭넓게 지원되도록 투자 조항을 완화하는 것이 여성기업펀드를 운용하는 진정한 의의가 될 것”이라 말했다.

많은 여성기업들은 정부가 나서서 펀드조성을 하는 등 여성기업을 키우려는 정책 마련을 반가워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투자조건에 맞는 여성기업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이냐는 의견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신생기업의 투자조건이 완벽하지 않아도 전망있는 기업을 정부가 출연한 기금으로 키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또한 펀드 조성이 ‘일시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뉴스’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박정 희경 기자 chkyu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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