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아동청소년정책을 위한 청사진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아동청소년정책을 위한 청사진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18.02.20 14:19
  • 수정 2018-02-22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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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최상위 스웨덴, 아동·청소년도 행복할까

 

 

유엔이 발표하는 세계행복지수에 따르면 스웨덴은 덴마크와 함께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그렇다면 스웨덴 아동과 청소년들도 부모들처럼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을까?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스웨덴 12~18세 아동과 청소년의 74%가 개인 독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교 후 친구를 데려와 자기 방에서 함께 공부하거나 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저렴한 비용으로 방과 후 수영, 테니스, 승마, 미술, 악기, 축구 등과 같은 클럽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언뜻 보면 스웨덴의 청소년들은 부모 세대처럼 세계에서 최고의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몇 가지 통계를 통해 스웨덴 청소년들의 실상을 파악해 보자.

스웨덴 가정 아동5명 중 1명꼴로 부모 혹은 단일 부모 중 일자리가 없는 저소득층 가정에서 산다. 전체 아동 중 3%가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부모의 집에 살고 있다. 부모가 경제적 이유로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 나 30일 이상을 집 없이 사는 아동이 10만명 중 19명꼴에 이른다. 아주 낮은 비율이라고는 하지만 부모의 경제적 파산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아동이 없도록 정부에서 특별히 배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절되고 있지 않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청소년 건강 상태도 적신호가 켜졌다. 스웨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중1~3학년 학생 11%가 한 달에 최소한 한 번씩 알코올을 섭취하고 있다. 또한 여학생은 9%, 남학생은 8%가 흡연에 노출되어 있다. 10년 전의 남학생 25%, 여학생 20%에 비하면 비약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 긍정적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아직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기에 8~9%도 낮은 비율은 아니다. 이들 청소년들의 폐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과 낙태 등 정신 및 육체 건강의 문제다. 20%의 고등학생 1학년 남학생이, 그리고 14%의 여학생이 마약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15~7세 여학생의 14%가 낙태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신체건강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학교 내 집단따돌림 현상도 10년 동안 줄지 않고 있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4학년에서6학년 4%의 초등학생들이 집단따돌림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4%대에 머무르고 있어 학교 내 집단따돌림 현상은 학교, 교육청, 그리고 중앙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고교 수준은 이 보다 조금 더 높다.

최근 몇 년 동안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스웨덴 청소년 15%가 정서적 불안감으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두통 혹은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게임 및 스마트폰중독, SNS 상시 접속, 온라인폭력 등으로 인한 IT의존의 증가와 정신적 폭력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아동폭력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1979년 세계 최초로 가정과 교내체벌이 법으로 금지되고 있지만, 아직도 폭력으로 인한 피해아동의 수가 2016년 기준 2만3700여건에 이르고 있다(BRÅ 스웨덴 범죄예방청 통계). 힐딩손 부크비스(Anna Karin Hildingson Boqvist) 스웨덴 아동옴뷰즈만(Ombudsmand)은 최근 인터뷰에서 범국가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아동들의 건강악화 및 인권침해, 학교 및 가정폭력문제, 그리고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내년은 1989년 11월 20일 유엔아동협약이 체결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스웨덴은 작년 7월 1일 유엔아동협약을 스웨덴 법으로 공포해 2020년 1월부터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2019년까지 학교,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법 시행에 맞춰 사법제도 정비와 공무원·교사 교육 및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의 문제는 곧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에 원인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 가지의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부모들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안정적 노동시장과 가정정책, 소외가정 아동을 위한 복지지원정책, 교내폭력과 집단따돌림에 대처하기 위한 학교교육정책, IT 시대의 청소년 건강정책, 방과 후 프로그램의 확대, 입시제도의 개혁, 그리고 부모 및 편부모의 반폭력정책 등 총체적 정책적 협조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한국 아동·청소년, 특히 소외가정 자녀의 행복, 건강, 인권, 폭력문제에 대한 범 국가적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정당들과 정부는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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