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 출간

“정직한 시대의식 품은

시인 작품 재발견하고파”

 

신현림 시인의 독립출판사 ‘사과꽃’에서 선보이는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 ⓒ출판사 사과꽃
신현림 시인의 독립출판사 ‘사과꽃’에서 선보이는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 ⓒ출판사 사과꽃

신현림(57) 시인은 최근 독립출판사 ‘사과꽃’을 열고 ‘한국 대표시 다시 찾기 101’ 시리즈를 선보였다. 최근 김명순을 비롯해 김영랑, 박인환, 이상, 이육사 시인과 ‘정선 아라리’ 시집을 펴냈다. 정선 아라리는 정선 아리랑 가사를 묶은 시집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1차분으로 김소월, 백석, 윤동주, 한용운 시인의 선집을 낸 바 있다.

신 시인은 ‘한국시 120년사를 다시 점검한다’는 의미로 이번 시리즈를 기획·편집했다. 시대의식을 정직하게 품고 미학적 성취를 일군 시인들의 작품집을 101권까지 출간한다는 목표다.

그는 지난해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연, 지연을 떠나 시대의식을 정직하게 품은 시인들의 작품을 재발견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시인 신현림 “현실을 외면하는 시는 시가 아니다”)

신 시인이 선보인 9명의 시인 중 김명순은 한국 근대의 첫 여성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김명순은 1917년 잡지 『청춘』의 공모에 단편소설 ‘의심의 소녀’가 당선되면서 근대최초의 여성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작품집 『생명의 과실』(1925년)과 『애인의 선물』(1928년)을 발간했고, 소설 23편과 시 107편(고쳐 쓴 글 포함), 수필, 평론, 희곡과 번역시, 번역소설 등 방대한 양의 문학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김명순은 남성들 세계에서 지워진 여성이었다. 어머니가 기생 출신 첩이라는 점, 일본 유학 당시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김 시인은 ‘더러운 피’ ‘문란한 여자’ 등으로 매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시인은 시집에 실은 해설을 통해 “김명순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80년 가까이 묻혀 있었다며 “당시 문단의 남성 작가들은 김명순을 소외시키고 매장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명순은 1세대 여성 시인으로 신여성의 자의식이 뚜렷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며 “그녀의 시에는 여성의 순종과 정절을 요구하는 이상한 불평을 뛰어넘으려는 몸부림과 내밀한 절규가 깊이 배여 있다”고 평했다. 

정선 아라리는 강원도에서 불리는 민요로, 정선 지역의 아라리가 널리 알려져 있다. 정선 사람들은 사무치게 슬프거나 경쾌하거나 인생을 담은 소리를 ‘아라리’라 불렀다고 한다. 고되고 쓸쓸한 삶이나 남녀 간의 사랑, 애환 등을 노래로 풀어낸 셈이다. 버거운 시집살이와 첩첩산중에 갇혀 사는 설움, 마음이 통하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한과 그리움도 이야기해 해학과 풍자, 구성진 가락이 조화를 이룬다. 신 시인이 펴낸 ‘정선 아라리’ 시집에는 정선뿐만 아니라 원주, 강릉, 영월, 삼척 아라리 가사도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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