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장 후보자 공모에 지원한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
KBS사장 후보자 공모에 지원한 이정옥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

KBS 사장 후보지원자 13명 중 유일한 여성

국제부 기자, 파리 특파원...대표적 여성 저널리스트

“전직원 대상으로 다양하게 의견 수렴할 것”

KBS 사장 후보자 공모가 최근 마감돼 13명의 지원자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여성 후보로는 유일하게 이정옥(60) 전 KBS글로벌전략센터장이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경청과 소통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 전 센터장은 30여년 KBS방송기자로 활동해온 대표적인 여성 저널리스트다. 1979년 TBC보도국에 입사했으나 이듬해 언론통폐합에 따라 KBS 소속이 된 후 문화부, 경제부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여기자로는 가장 오래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KBS 파리 특파원에서 3년간 활동했다.

저서 ‘여자 특파원 국경을 넘다’에는 국제부 여성 기자이자 특파원인 그가 파리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서 겪었던 경험과 느낌, 깨달음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40도가 넘는 더위에 차도르를 쓰고 취재를 갔던 테헤란의 여름날, 공습으로 파괴된 참혹한 이라크에서의 나날들, 예멘에서의 인질 납치 사건 등은 그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코소보 공습이 끝난 직후 한국기자 중 가장 먼저 현지에 들어가 세르비아가 알바니아인들을 산채로 묻은 인종학살무덤을 취재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이를 기록으로 남기려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선뜻 펜을 들 수가 없었다. 그때 동기부여가 된 것은 남자 선배가 예전에 “여자가 어떻게 이라크 전을 (리포트)하나?”라고 던진 질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집필을 시작해 37일간 쉼없이 글을 써 책을 완성했다.

이후 국제협력 주간, 보도본부 해설위원 등을 맡아 보도국을 이끌면서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하고 라디오 앵커로도 활약했다. 이 외에도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사)서울 드라마어워즈(SDA)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KBS글로벌 전략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방송·미디어 전문가로 방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현장에서 이어왔다. 이제는 KBS의 미래를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전 센터장의 왕성한 활동의 밑바탕에는 ‘기자 정신’라는 사명의식이 늘 자리하고 있다. 그의 부친은 4·19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를 세상에 알린 이강현 기자다.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 최루탄 사망 사건을 특종보도했고, 1964년 박정희정권이 언론윤리위원회법으로 언론을 탄압하려는데 맞서 창립된 한국기자협회에 초대와 2대 회장을 맡았다. 이 전 센터장은 “아버지의 기자 정신을 잇기 위해 계속해서 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 공영방송 KBS가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5개월 가까운 파업이 종료되고 사장이 해임되면서 변화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면서 “대혁신을 위해선 최근 몇 년의 문제가 아니라 KBS가 출범한 197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이라는 인식은 갖고있지만 정치권력, 사회권력 등에 휘둘려 사회 감시와 견제라는 사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부끄러움과 분노, 반성의 마음이 폭발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전 센터장이 생각하는 KBS에 필요한 리더십은 경청과 소통의 자세다. “파업 촉발과 사장 해임의 직접적인 동기 중 하나가 리더십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미디어가 다원화됐다. 정보 독점 시대가 아니다. 이젠 리더십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파업 직후 조직 내 갈등을 치유해 가면서 전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열린혁신단’을 설치하고 다양한 사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사원의견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 전직원을 대상으로 사원 청원제도와 함께 무기명으로 의견을 다양하게 수집하고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출마 각오를 “기도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지금까지 30년 간 공영방송 변천 과정을 겪고 사명감 지닌 사람으로서 미력한 힘이라도 기여하고자 출사표 던졌다. 공영방송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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