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정의 삭제·

수정 요구 계속돼도

국립국어원 ”과거 용례

고려해야” 주장

청년참여연대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와 성차별 조장”

‘페미니스트 =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부적절하다는 비판에도 국립국어원이 고집해온 페미니스트의 뜻풀이를 삭제·수정하자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7일 표준국어대사전 ‘페미니스트’ 정의 2항 삭제 및 수정에 관한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친절한 남자는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사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러한 정의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를 일으키고, 성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우리는 국립국어원의 잘못된 성 인식에 우려를 표하며 해당 내용을 삭제하고 새로운 정의를 추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7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표준국어대사전 ‘페미니스트’ 정의 2항 삭제 및 수정에 관한 서명운동과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7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표준국어대사전 ‘페미니스트’ 정의 2항 삭제 및 수정에 관한 서명운동과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원래 표준국어대사전 속 페미니스트의 정의는 ‘①여권 신장 또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사람 ②여성을 숭배하는 사람. 또는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였다. 2015년 1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겠다고 밝힌 10대 남성이 자신의 SNS에 ‘페미니스트가 싫다’는 글을 올렸고, 이후 국립국어원의 페미니스트 뜻풀이가 주목받으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같은 달 한국여성단체연합은 ‘페미니스트’와 ‘페미니즘’의 정의가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인과 몰이해를 강화한다”며 국립국어원에 수정을 요청했다.

국립국어원이 그해 6월 심의를 거쳐 내놓은 페미니스트의 새 정의는 ‘①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 ②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다시 비판이 일었으나, 국립국어원 관계자들은 여성신문에 “페미니스트가 공처가, 애처가 정도로 쓰인 적이 있어 과거 문헌을 읽을 때 참고하라는 차원에서 두 번째 의미를 제시해놓은 것” “사전인 만큼 당시 단어가 쓰인 시대의 단면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이 아직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페미니스트=여자에게 친절한 남자’ 뜻풀이 고집하는 국립국어원 www.womennews.co.kr/news/111222)

지난 13일 국립국어원이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내놓은 설명도 다르지 않다. “페미니스트를 ‘예전에, 여자에게 친절한 남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이라고 풀이한 것은 1970~1990년대에 그와 같이 쓰였던 언어 사실을 그대로 보여 주기 위한 것입니다. 단어의 실제 쓰임을 싣는 자료인 사전의 기능을 헤아려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1970~80년대 신문기사에 쓰인 일부 용례만 제시했지, 충분한 근거를 들지는 못했으며, 시대에 맞지 않는 뜻풀이를 고집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케임브리지 사전은 페미니스트의 뜻을 “페미니즘을 옹호하고 여성들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위해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으로 풀이한다. 옥스퍼드 사전은 페미니즘을 “성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여성의 권리지지”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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