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83차례 현장구청장실 운영하며

소통 늘리고 의전도 없애

“여성이 살기좋은 도시 만드는

일은 성별 상관없이 해야 할 일”

 

김 구청장이 구민들의 민원이 적힌 메모를 확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 구청장이 구민들의 민원이 적힌 메모를 확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구청장이 되자마자 의전을 금지했다. 관용차 문을 열어주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일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직원들로부터 권위가 없어보이고, 주민들에게 웃음을 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신을 지켰다.

‘엄마 구청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에게 4년 전 있었던 일이다. 양천구청에선 관공서 특유의 무거움 대신 활기가 느껴졌다. 우연은 아닌 듯 했다.

권위가 줄어든 만큼 소통이 늘었다. 김 구청장은 임기 첫 해부터 지금까지 83차례 현장구청장실을 운영했다. 이름만 ‘구청장실’일 뿐, 현장에서 주민들과 보낸 날들이다. 지자체에 중요한 일은 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라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편안한 인상까지 더해 소통이 배가됐다. 그 덕분에 “학부모, 어르신 등 주민들로부터 다가서고 대하기가 편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직원들도 편안하게 아이디어를 내고 자기의견을 말한다. 문제는 권위가 없어보이는 게 아니라, 몸이 조금 더 힘들다는 것 뿐”이라며 웃었다.

김 구청장은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졸업 후 노동현장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사회 현실을 여과없이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됐다. 이후 국회의원 보좌진,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여성민우회, 열린우리당 여성국장 등을 거치며 다방면의 정치 활동을 이어왔다. 

이같은 경험을 통해 양천구청장에 당선된 후 서로가 손을 잡아주는 공동체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큰 건물을 짓고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민들의 생활 면면을 챙기는 생활 밀착형 정치로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선심성이나 퍼주기식 복지전달 체계에서 벗어나 방문복지팀을 신설해 업무를 능동적으로 바꿨다. ‘나비남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교육특구’로 불리는 양천구는 공교육특구로 변화하고 있다. 김 구청장이 공교육을 활성화하는 ‘혁신교육’에 집중하면서다. “교육을 교육청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공교육 모델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이를 통해 교육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에는 교육부로부터 방과 후 학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혁신교육 사업을 하며 학부모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교육을 학교에만 맡겨두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나서고 움직이게 된 것이 혁신교육 사업의 큰 성과다.”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양천구청장으로 취임했던 당시 내부 정비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그동안 양천구청에서 보궐선거를 자주 치르는 과정에서 조직 불신 등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돼있었고 사분오열됐다. 김 구청장은 “주민들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조직 안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하는 사람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직원들이 갖도록 조직 분위기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김 구청장은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한다. 지난 4년간 팀워크를 맞춘 직원들과 앞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에 힘쓰면서 현재 준비 중인 아동친화도시, 건강도시 인증을 차질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여성가족부로부터 지정받은 여성친화도시의 의미도 함께 강조했다.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것, 육아하기 좋은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 여성친화도시라 생각한다. 여성구청장이라서 특별히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든 남성이든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열풍과 관련해 지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고민도 덧붙였다. “최근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딸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미투에 동참하면서 피해사실을 밝힌 것을 보고서야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무척 속상해했다. 지인에게 위로를 하면서, 그만큼 일상에 만연한 문제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모든 조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 만큼 쉬쉬하는 대신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면서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는 분위기로 문화자체가 바뀌고 있다. 조직의 책임자로서 건강한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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