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희 극단미인 대표 SNS 통해 폭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

이윤택 연출, 잘못 인정하고 활동 중단

 

이윤택 연출가가 과거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뉴시스
이윤택 연출가가 과거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뉴시스

이윤택 연출가가 과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사실이 공개되면서 연극계에도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는 뜻) 운동이 확산될 전망이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이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일을 폭로했다.

김 대표는 당시 연출가가 연습중이든 휴식중이든 꼭 여자단원에게 안마를 시켰고 그날도 자신에게도 안마를 하러 오라며 여관방으로 불렀다고 밝혔다.

그는 “안 갈 수 없었다. 그 당시 그는 내가 속한 세상의 왕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누워있었다. 예상대로 안마를 시켰다. 얼마쯤 지났을까 그가 갑자기 바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 연출가가 성추행을 해 '더는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고 그 뒤로 한 두 편의 작업을 더 하고 극단을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로 골목에서, 국립극단 마당에서 그를 마주치게 될 때마다 나는 도망 다녔다. 무섭고 끔찍했다. 그가 연극계선배로 무엇을 대표해서 발언할 때마다, 멋진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극찬의 기사들을 대할 때마다 구역질이 일었지만 피하는 방법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일을 폭로했다.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14일 새벽 자신의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10여 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당했던 일을 폭로했다. ⓒ김수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앞서 이윤택 연출가는 지난 13일 국립극단 직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윤택 연출가는 2015년 국립극단에서 ‘문제적 인간 연산’을 제작하던 중 극단 직원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립극단 측은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직원의 의사를 존중해 이윤택 연출가를 작품에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오늘 그 연출이 국립극단 작업 중 여배우를 성추행했고 국립극단 작업을 못하는 벌 정도에서 조용히 정리가 되었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여전함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많이 고민하다 글을 쓰기로 했다. 쓰는 내도록 온 몸이 떨려온다”고 심정을 전했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이 이야기를 해서 용기를 낸 분들께 힘을 보태는 것이 이제 대학로 중간선배쯤인 거 같은 내가 작업을 해나갈 많은 후배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에서 연출가의 실명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지방 공연했던 연극이 '오구'였고 '지방 공연을 마치고 밀양으로 돌아왔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해당 인물이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임을 암시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오는 25일까지 공연 예정이었던 ‘수업’과 오는 3월1일부터 공연 예정이었던 이윤택 연출의 노숙의 시 공연을 취소했다.
연희단거리패는 오는 25일까지 공연 예정이었던 ‘수업’과 오는 3월1일부터 공연 예정이었던 이윤택 연출의 '노숙의 시' 공연을 취소했다. ⓒ연희단거리패 공식 페이스북 화면 캡처

이윤택 연출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날의 행태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남성중심시대의 못된 행태라고 자책하고 스스로 벌을 달게 받겠다. 지금부터 연극작업을 일체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윤택 연출가는 국내 연극계의 대표적인 연출가 중 한 명이다. 1986년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창단해 지금까지 이끌어왔으며 부산 가마골 소극장, 밀양 연극촌, 서울 대학로 게릴라극장 등을 중심으로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한국 연극의 원류를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5년에는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2008년에는 석·박사 학위 없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가 돼 화제가 된 바 있다. 1991년 서울연극제 대상,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등 각종 연극상을 수상했다.

한편 연희단거리패는 오는 25일까지 공연예정이었던 ‘수업’과 오는 3월1일부터 공연 예정이었던 이윤택 연출의 '노숙의 시' 공연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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