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 감동의 질주 … 동생과의 약속 지켰다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 감동의 질주 … 동생과의 약속 지켰다
  • 조승예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2.13 10:10
  • 수정 2018-02-1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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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스피드스케이팅 1500m 출전

1분58초75로 14위…본인 올림픽 최고 기록

2016년 세상 떠난 동생 고 노진규 선수 위해

가시밭길 택하고 마지막 레이스 펼쳐

 

 

지난해 2월 21일 일본 훗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안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 한국 노선영이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노선영은 2분1초69를 기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2월 21일 일본 훗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안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 한국 노선영이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노선영은 2분1초69를 기록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 노선영이 하늘에 있는 동생 고 노진규 선수를 생각하며 감동의 레이스를 펼쳤다.

노선영은 지난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 출전해 1분58초75를 기록하며 14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날 노선영은 5조 아웃코스에서 카자흐스탄 예카테리나 아이도바와 경주했다. 노선영은 긴장한 듯 총성이 울리기 전에 움직이는 실수를 범했다. 다시 출발선에 선 노선영은 경기가 시작되자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노선영은 첫 300m를 26초44에 주파하며 순조로운 레이스를 펼쳤다. 이후 700-1100m 구간을 30초87에 끊었지만 마지막 400m에서 속도가 떨어졌다. 레이스를 마친 노선영은 모든 것을 쏟아낸 듯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인 1분57초84에 약간 못 미쳤지만 자신의 올림픽 기록 중에선 가장 좋은 결과다. 노선영은 지난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2분3초35로 32위,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2분2초84로 30위, 2014년 소치 대회에서 2분1초07로 29위를 기록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노선영의 질주를 지켜본 국민들에게는 숫자로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전해졌다. 사실 노선영에게 있어 이번 평창 올림픽은 가지 않아도 될 무대였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대회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해 온 노선영은 사실상 3번째 올림픽인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고려했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스케이트를 신기로 결심한 건 동생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노선영은 지난 2016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쇼트트랙 국가대표 고 노진규의 누나다. 남자 대표팀의 유망주였던 노진규는 골육종 투병으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소치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에 매진해야 했던 노선영은 노진규의 곁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노진규는 2년 간의 투병 생활 끝에 2016년 4월 2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 경기장에서 노선영이 훈련 후 숨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오발 경기장에서 노선영이 훈련 후 숨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동생을 하늘로 떠나보낸 뒤 노선영은 동생이 그토록 서고 싶어 했던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동생의 꿈을 대신 이뤄내야 했다.

노선영은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SK텔레콤배 제52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 선수권 대회 여자 1500m 종목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남다른 성적을 보이며 기량을 끌어올렸다. 

평창 올림픽을 목표로 연습에 박차를 가하던 노선영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으로부터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올림픽 쿼터가 달린 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따야 평창 올림픽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맹이 대회 규정을 오역하면서 노선영은 지난달 19일 ISU로부터 예비 2순위를 받아 출전 자격이 없음을 고지 받았다. 

노선영은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나는 올림픽에서 제외당했다. 다시는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실망감을 내비췄다. 그리고는 짐을 싸 선수촌을 나갔다.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는 듯했던 노선영은 이후 기존 배정된 엔트리에 결원이 생기면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다시 획득했다. 러시아의 평창 올림픽 출전 선수 중 예카테리나 시코바, 율리아 스코코바가 평창으로 오지 않음에 따라 우리나라에 여자 1500m 엔트리 1장이 배정된 것이다. 

노선영은 선수촌 복귀를 결정한 뒤 SNS를 통해 “정말 많은 고민 끝에 당당하게 올림픽에 출전해 최선을 다하고 후회 없이 대표 생활을 마무리하려 한다”며 “이렇게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이 큰 힘이 되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노선영은 일련의 사건들과 일주일 간의 공백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지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당당하게 평창에 입성했다. 그리고 동생이 꿈꿔오던 평창올림픽 무대에서 최선을 다해 달렸다. 

경기 후 노선영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회 없이 경기를 했다. 마음이 편하다.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서 미련 없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하늘에 있는 동생도 만족스러워할 것 같다. (노)진규가 참가하고 싶었던 올림픽이다. 남은 경기를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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