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다리 등 신체 일부 강조한 사진에도 비판 쏟아져 

전문가 “여성을 성적 이미지로 소비하는 태도 드러나“ 

 

한 매체는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이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촬영·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가 확산되자 해당 매체는 사진을 삭제했다. ⓒ해당 매체 사진기사 캡처
한 매체는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이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촬영·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가 확산되자 해당 매체는 사진을 삭제했다. ⓒ해당 매체 사진기사 캡처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가운데 언론이 여성을 조명하는 방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북한 응원단을 성적 이미지로 소비하고 가십용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300여명의 응원단이 방남한 지난 7일, 한 매체는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는 여성 단원들을 촬영해 파장을 일으켰다. 화장실 안, 줄 서 있는 단원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도된 후 비판이 줄을 이었다. 워싱턴포스트의 도쿄 지국장인 안나 파이필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말 역겹다. 이러니까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This is really disgusting. This is where "기레기" comes from)”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도 “기자가 화장실까지 쫓아가 여성 사진을 찍다니, 언론이 아니라 도색잡지 수준”(@happ*********)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범죄 아웃)는 8일 SNS에 “타인을 촬영하는 행위가 아무런 제약 없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며 “(범죄의) 원인이 되는 여성혐오는 물론 사회에 만연한 관음적 정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매체는 사진을 내리고 해명했다. 7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이 매체 사진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사진은) 여성 기자가 찍은 것인데 화장실 안에서 응원단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고 있는 시민들이 있었고, 그렇다보니 ‘시민 스케치’를 한다는 생각에 판단이 흐려졌던 것 같다. 문제가 있는 사진이라 내부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한 매체는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의 신체 일부를 강조한 사진을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해당 매체 사진기사 캡처
한 매체는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의 신체 일부를 강조한 사진을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해당 매체 사진기사 캡처

 

한 통신사는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의 신체 일부를 강조한 사진을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해당 매체 사진기사 캡처
한 통신사는 지난 7일 방남한 북한 응원단의 신체 일부를 강조한 사진을 보도해 비판을 받았다. ⓒ해당 매체 사진기사 캡처

또 다른 매체들은 이날 응원단의 다리를 강조한 사진을 내보내 비판을 받았다. ‘같은 옷, 같은 가방 든 북 응원단’ ‘알록달록 손가방’ ‘北 응원단 같은 신발’ 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였다. 단원들의 자연스런 모습이 아닌 신체 일부만을 부각한 사진에 누리꾼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타 방송매체 보도 또한 다르지 않았다는 평이다. 응원단을 밑에서 위로 ‘훑는’ 시선으로 촬영해 여성을 바라보는 소위 ‘남성적’ 태도가 담겼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지난 10일 북한 응원단의 숙소 내부까지 촬영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매체는 이날 ‘북한 응원단, 숙소에서 남한 방송 시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단원들이 휴식시간에 숙소에서 ‘뭘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마치 ‘불법촬영’(몰래카메라) 구도로 찍은 듯한 영상이 보도되자 ‘사생활·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행태”라는 비판도 나왔다.

 

한 종합편성채널은 지난 10일 북한 응원단의 숙소 내부까지 촬영·보도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매체 뉴스 영상 캡처
한 종합편성채널은 지난 10일 북한 응원단의 숙소 내부까지 촬영·보도해 논란을 빚었다. ⓒ해당 매체 뉴스 영상 캡처

하지만 해당 매체는 “사생활 침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 매체 관계자는 “전 국민의 관심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할 일”이라며 “북한 사람이 남한 TV를 본다는 보도를 사생활 보도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응원단의 모습이 뒷모습만 등장하거나 얼굴을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의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보도는 굉장히 사생활·인권 침해적이고 여성을 대상화하는 방식으로 소비한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북한 응원단 보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은 “평창 올림픽뿐만 아니라 스포츠 관련 행사가 있을 때 대개 ‘응원하는 여성’은 (성적인 이미지 혹은 눈요기용으로) 묘사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기존에 언론이 여성을 대했던 방식을 이번에도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매우 문제적인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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