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기] 남북 단일팀, 졌지만 이겼다
[관람기] 남북 단일팀, 졌지만 이겼다
  • 김은보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2.12 15:42
  • 수정 2018-02-20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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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 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8대0 패배한 남북단일팀이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2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 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8대0 패배한 남북단일팀이 응원단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경기는 단연 화제다. 하지만 갑자기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경기 성적은 예상대로 형편없었다. 스위스와 8대 0, 스웨덴과 8대 0으로 크게 패했다. 시합의 내용면에서도 단일팀의 전력은 허약했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했고, 선수들은 사력을 대해 열심히 싸웠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단일팀의 시합 성적은 물론 유감스럽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더 큰 승부가 남아있지 않은가?

정말 기적과도 같이 전격적으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 비인기 종목에 준비된 역량도,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던 아이스하키, 그것도 여자선수들의 남북 단일팀이었다.

 

12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 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8대 0으로 패배한 남북 단일팀의 조수지가 골리 한도희를 위로해주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2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 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8대 0으로 패배한 남북 단일팀의 조수지가 골리 한도희를 위로해주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자그마한 한반도의 여성들이 어렵게 한팀이 되어서, 바이킹의 후예들이라는 ‘기골이 장대한북유럽 여성들’을 상대로 싸우는 모습은 마치 어른과 어린 아이의 대결 같이 마음이 짠했다. 강대국의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도 단일팀과 닮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월 10일 열린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 아이스하키 경기를 볼 기회가 있었다.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처음 만난 북한여성응원단은 인상적이었다. 경기 시작 직전에 입장한 북한 응원단은 빨간 색 옷을 입었고 하얗게 한 화장과 함께 미모와 젊음이 빛났다. 100명의 응원단이 다섯 곳쯤으로 분산해서 자리 잡았다. 북한 응원단이 앉은 곳은 특수 통제구역이 되어서 경호원들이 철저하게 접촉을 차단했다. 사진을 찍으러 갔지만 옆 측면에서 손을 높이 들어 다른 카메라들과 위치 선점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 끝에 간신이 몇 컷 건질 수 있었다.

스위스와의 경기도, 스웨덴과의 경기도 단일팀이 아무리 치열한 각오로 달려들어도 초등학생과 성인 프로선수단의 대결 같은 원초적인 불균형은 조금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관중들은 단 한 골이라도 넣어주기를 뜨겁게 바랬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8대 0의 스코어는 매우 커서 ‘대패했다’고 표현했지만 스위스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으로는 ‘선방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명품 골리 신소정이 아니었다면 점수 차는 더욱 더 크게 벌였을 것이다.

 

12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 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12일 오후 강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 예선 2차전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북한 여성응원단의 열정적인 응원이 반복되면서 경기장의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북한 응원단의 응원가는 지극히 단순하고 지극히 반복적이었다. “이겨라, 이겨라, 우리 선수 이겨라!” 삼삼칠 박수 리듬에 맞춘 구호가 반복됐다. 이겨라는 장하다, 힘내라고 교체되면서. 우리식의 같은 음높이로 한 음씩 똑똑 끊어지는 ‘이. 겨. 라.’가 있는가 하면 ‘이: 겨라 이: 겨라’ 로 앞의 ‘이’를 길고 높게 발음하고 ‘겨라’를 짧게 처리하는 구호도 있었다. 우리 팀이 골을 먹었을 때 스위스팀이 골 뒤풀이를 하고 축하 음악이 흘러나오면 응원가는 ‘힘내라’ ‘장하다’를 외치며 더 크게, 더 높은 음으로 응원하고 격렬한 파도타기로 응답했다. 스위스팀의 승세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2세트에 접어들면서는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단순음의 응원가, 빨간 옷에 하얀 모자, 호소력 짙은 응원에 관중들이 하나둘씩 따라 했다. 파도타기를 같이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응원가는 우리들의 평상시 나오는 자연 음이라기보다는 살짝 높은 음역에서 나오는 합창 같은 소리였다. 높은 소리가 잘 훈련되어 만들어내는 응원가가 3세트까지 계속되자 살짝 질리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매스게임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에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은 아주 짧았고, 거리는 멀었다. 무엇보다 소통할 수 없는 단절이 놓여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그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언어로 한 팀을 응원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하고 즐겁던지…. 아버님의 형제자매가 북한에 계신이산가족인 나로서는 남다른 절실함으로 북한 여성 응원단에게 일방적인 애정을 보냈다.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단일팀 아이스하키 경기를 본 사람들의 반응 중에는 ‘찡했다’, ‘짠하다’라는 표현이 더러 있었다. 맞다. 찡했다. 그것은 경기 스코어로 대신할 수 없는 거대한 어떤 것이었다. 8대 0 아니라 80대 0으로 졌다 하더라도 이 찡한 마음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역사적인 만남이 승부를 넘어선 곳에서 큰 힘을 주고 있었다. 이번 평창의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승패가 중요하진 않다. 단일팀은 시합에서 졌지만 이미 그 존재 자체로 위대한 승리의 역사를 썼다.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 함께 통일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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