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령 버뮤다 제도가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지 6개월 만에 취소했다. 법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했다가 번복한 첫 사례다. 버뮤다 대법원이 지난해 5월 동성혼 합법화를 인정한 것과도 상충된다. 세계 성소수자·인권단체는 ‘유례없는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8일(이하 현지 시간) 존 랜킨 버뮤다 주지사가 동성혼 합법화 내용을 폐기하는 동거동반자관계법 개정안(Domestic Partnership Act 2017)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만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지난해 12월 버뮤다 하원에서 찬성 24표, 반대 10표를 얻어 통과됐고, 상원에서도 찬성 8표, 반대 3표로 가결됐다. 

법이 개정돼도 버뮤다의 동성 커플들의 결합이 법적으로 무효가 되진 않는다고 한다. 동반자를 대신해 병원 치료 등 의학적 결정을 내릴 권리 등도 계속 누릴 수 있다. 다만 앞으로는 부부가 아닌 ‘가정 동반자’로서의 제한적 권리만 인정받을 수 있다. 

2016년 버뮤다 국민투표 결과 60% 이상이 동성혼 합법화에 반대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투표 참여율이 50%에 미달해 법적 구속력은 없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버뮤다 사회에선 꾸준히 동성혼 합법화 반대 기류가 일었고, 대법원의 동성혼 합법화 인정 판결 때도 종교계 지도자 등 수천 명이 의회 밖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버뮤다 야당 의원들과 성소수자·인권 단체는 이번 법 개정이 “퇴행”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로런스 스콧 집권여당인 진보노동당(PL)의 의원은 이 법안이 “결혼의 전통적 정의를 지키면서도 성소수자들에 혜택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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