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여성영화인모임, 영화인 749명 조사
응답자 92.1% “체계적 규정 필요” 지적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5명 중 1명은 강제 신체접촉을 당했거나 강요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한 9명 중 1명꼴로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조성을 위한 실태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11.5%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2.6%가 같은 경험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영화계의 성차별·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지난해 배우와 스태프 등 영화인 749명을 상대로 진행한 결과다.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강요받았다’는 여성 응답자는 19.0%, ‘술자리를 강요하거나 술을 따르도록 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 영화인은 29.7%였다. 남성은 각각 9.7%와15.0%로 여성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외모를 성적으로 비유·평가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는 ‘언어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 응답자가 35.1%로 가장 많았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술자리나 회식자리가 57.2%로 절반 이상이었다. 외부 미팅에서는 25.1%, 촬영현장에서는 21.4%로 업무 관련한 장소에서도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가해자 성별은 91.7%가 남성으로 여성(7.9%)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동성에 의한 성폭력 피해도 여성 5.4%, 남성 14.3%로 나타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업계에 소문이 날까봐 두려워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6.6%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다’고 답했으며, 39.4%는 ‘모른 척하면서 살짝 피했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가해자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응답자는 15.7%에 그쳤다.
피해자의 31.1%는 ‘업계 내 소문·평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26.6%는 ‘캐스팅이나 업무에서 배제될까봐’ 라는 이유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화계에서 성폭력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응답자의 92.1%는 ‘영화계에 해결 절차에 대한 체계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67.9%는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조직문화가 없다’고 답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3월부터 공정환경조성센터 대표전화(1855-0511)를 통해 성폭력 피해 상담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