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이재용 2심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이재용 2심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8.02.07 11:28
  • 수정 2018-02-08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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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이익 위해

권력 남용되는 것

근원적으로 막아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고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5개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이 선고됐었다. 하지만 2심에선 최순실씨 측에 준 용역대금 일부만 인정되고 나머지 혐의는 대부분 파기되면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 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인 현안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승계 작업을 위한 묵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강압에 못 이겨 돈을 준 강요된 뇌물은 인정했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은 일단 정경유착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재판부가 “권력층과 재벌 간에 돈을 매개로 이뤄지는 전형적인 정경유착을 찾을 수 없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부활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재용 집행유예 선고) 다시 부활한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했던 국민들의 박탈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기도 힘듭니다”라고 논평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과 법관의 ‘삼법유착’이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재판부의 소신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법원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외압이나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법리와 증거 그리고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일 것입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우선, 이 부회장은 비록 집행유예로 석방됐지만, 뇌물죄로 실형이 선고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판결 후 외신들의 반응은 긍정과 부정으로 나눠졌다. 영국 BBC는 “극적인 반전이었다”고 논평했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삼성그룹 리더십 공백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 뉴욕 타임즈는 “부패기업에게 가벼운 처벌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제 삼성은 심기일전해서 글로벌 정도 경영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과거와 같이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로 사면권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둘째,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 판결일지 모르지만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고 믿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판결을 내린 정형식 판사 신상 털기를 하고 청와대에 정 판사 파면 국민청원을 요구하는 행위는 법치의 근간을 해칠 위험성이 있다. 1·2심 판단이 엇갈리는 만큼 성숙한 시민이라면 차분하게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대법원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해 전원합의체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번 판결이 앞으로 있을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제 박통 재판도 기대됩니다. 그대로 아직 이 나라에 희망이 있군요”라는 글을 남겼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이번 판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이 낮아지면 박 전 대통령 형량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이제 더 이상 사적 이익을 위해 권력이 남용되는 것을 근원적으로 막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기 위한 개헌을 주장하기도 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고강도 사법 개혁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적 개혁도 중요하지만 부정부패를 척결해 청렴 사회로 가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그 핵심은 남성지배적 암 덩어리 구조를 성 평등 조직 문화로 개혁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말은 하고, 남성들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중요한 의사 결정 구조에 최소한 여성이 30% 이상을 차지해야 비로소 조직 문화가 바뀔 수 있다. 이를 위해 남성이 함께 나서야 길이 열린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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