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고발’ 미투 이후 ‘2차 피해’ 심각...제도 보완 필요
‘성폭력 고발’ 미투 이후 ‘2차 피해’ 심각...제도 보완 필요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2.07 10:31
  • 수정 2018-02-0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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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원내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가 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이후 대안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춘숙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가 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이후 대안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춘숙 의원실




민주 젠더폭력TF 긴급 간담회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 주춤...

미투운동과 국내 말하기의 차이는

보복성 고소가 입을 막는다는 것

“2차 피해도 1차 피해만큼 엄중하게”

사건 발생후엔 너도나도 대책 발표

관심 사그들면 사라지는 패턴 반복

작은 것이라도 체크리스트로 챙겨야

‘성폭력 말하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이후 대안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가 지난 6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개최됐다. 피해자의 고발이 반짝 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변화를 위해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하는지 논의하기 위해서 더불어민주당 원내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가 성폭력 고발을 주도한 단체 및 여성단체 대표들과 긴급하게 한자리에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는 TF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의원과 정춘숙 의원, 박경미 의원, 홍익표 의원, 우원식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2016년 10월부터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를 주도한 여성문화예술연합 이성미 씨는 “미투운동과 문화예술계 성폭력 말하기의 차이는 보복성 고소가 굉장히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소 때문에 피해자들이 수사를 받고 있거나 크게 겁을 먹고 숨거나 잠적한 상태다. 용감하게 고발하고 폭로를 한 후 재판 의지를 갖기 전에 고소가 들어오니 방어에 급급하다. 불기소처분이 나더라도 위축돼서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이씨는 정책과 관련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했다. “지난해 초 정책 제안 간담회를 가졌고, 이후 전담기구 설치 등 정책을 제안하는 등 수 차례 만났지만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등에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관련 실태조사와 신고 창구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사건 발생 후엔 모든 부처와 각 정당과 국회가 모두 대책을 내놓고, 관심이 사그라들면 물밑으로 들어가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꼬집고 “전부처가 조율하고 역할과 권한을 분담하는 등 대책 마련이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가 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이후 대안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춘숙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원내 젠더폭력대책태스크포스(TF)가 6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검찰 내 성폭력 사건 이후 대안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정춘숙 의원실

현장에서 다양한 성폭력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는 여성단체들은 성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법·제도, 성차별적 문화 등 다방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투운동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역고소를 포함한 2차 피해를 지적했다.

배복주 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미투운동처럼 당사자의 말하기가 늘고 있는 상황과 연관지어 “기존의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가려진 채로 옹호하고 대리 활동을 해왔는데 이젠 패러다임 자체가 피해자가 스스로 드러내 주체적인 자기 목소리 전달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원 활동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2차 피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피해자가 수사와 재판 중 2차 피해를 많이 겪는가 하면 명예훼손 고소를 많이 당한다고 실태를 전하고 판례 분석해서 법과 제도 개선 해달라고 촉구했다.

성희롱·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인식 확산부터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도 많았다.

백미순 대표는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 내에서 발생하는 피해자 2차 피해, 왕따, 비난 등에 대해 정확하게 그것이 성폭력 피해라고 정확히 선언하고 징계하고 대응하는 모습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서 검사도 그렇고, 많은 관계자들이 성폭력 피해에 대해 말한 후 불이익조치를 당했다고 말하는데 공식적으로 입증해내기에는 역량이 부족해 어렵다고 한다”면서 “대학 학과에 유일한 여성교수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해도 나머지 모든 남성 교수들이 그 교수가 조직 내에서 화합하지 못한다고 낮게 평가해버리면 입증할 방법이 없다. 불이익조치의 개념을 사회적으로 알릴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2차 피해의 해결방안에 대해 배복주 대표는 “2차 피해도 1차 피해만큼 엄중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 2차 피해도 법제도 안에서 어떻게 포섭할 수 있을지 국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정과제로 논의되고 있는 젠더폭력방지법의 정의조항 마련 △성소수자·장애인·이주노동자·군인 등 정체성과 피해유형에 따른 성폭력 정의 마련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 인사 기준에서 성범죄 전력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인순 의원은 “성폭력이 이슈가 될 때만 관심을 끌다가 시간이 지나면 일회성에 그친다는 우려 때문에 TF를 만들었다.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면서 “협업하고 체계를 만들어 소통하고 이번에 검찰 내 성추행 사건도 어떤 변화를 바라는 것이기에 작은 것이라도 변화 체크리스트 챙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5월부터 강화되는 남녀고용평등법 불이익 금지 조항에 대해 남 의원은 “근로감독관에게만 맡겨선 안 되고, 공공기관에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또 문화예술계의 경우 직장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박경미 의원은 “학계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어렵고, 우월적 지위에 있는 성폭력이 발생하는 곳이기 때문에 계속 주목하고 그 특성에 고민에 맞게 주목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춘숙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법안 개선점 등 오늘 나온 제안을 정리해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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