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 생활정치시대

대의민주주의 실현과

여성문제의 의제화 위해

여성의 정치참여 더욱 중요

 

 

 

이혜숙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혜숙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오랜 노력의 결과 변화가 있긴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대의민주주의의 실현, 지연되는 여성문제의 의제화와 정책적 해결,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를 위해 여성의 정치참여는 필요하며 특히 지방자치시대, 생활정치시대에는 더욱 중요하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결과 여성 당선인 현황은 기초자치단체장 9명(4.0%)를 비롯해 광역의회 의원 14.3%, 기초의회 의원 25.3% 등 총 3951명 중 여성이 854명으로 21.6%를 차지한다. 이는 2010년 선거에 비하면 107명(2.9%포인트) 증가했지만 여성의원의 비율이 기존 정치문화의 변화가 가능한 임계량(critical mass)이라 할 수 있는 30%를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또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교육위원 중에 여성은 1명도 당선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여성운동단체들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선거 국면에서는 연대조직을 구성해서 활동해 왔다. 지역에서는 지방의회 감시활동에서부터 지자체 예산 분석, 조례의 제·개정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지방정치에 참여해 왔으며 쟁점이 되는 여성 이슈에 개입하는 지역여성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는 지역여성들에게 지방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역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주된 목표로 하는 여성정치조직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1월 발족한 경남여성정치포럼은 지역 수준에서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주된 관심을 두는 여성정치조직으로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제도적 수준에서의 성평등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일상에서의 관행적 차별과 폭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고 정책에 반영해 줄 수 있는 성평등적 정치인이 매우 부족한 현실은 한국사회 민주주의 발전의 지체 현상에 대한 방증이며 정의롭고 더 나은 민주주의로의 길이 요원함을 말해준다”는 발족 선언문처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없는 민주주의는 무의미하고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평등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남의 경우 지금까지 여성 국회의원이나 여성 도지사, 시장, 군수가 한 명도 없다. 단체장에서도 여성후보자 발굴과 양성이 필요하고, 그동안 여성 지방의원이 없었던 지역에서도 여성후보자가 발굴되고 양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남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당 선호 경향이 강한데 지역주의보다는 생활정치와 주민자치의 실현이라는 지방자치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경남여성정치포럼은 생활정치시대 여성의제와 지역의제 개발, 교육과 유권자운동, 여성후보 발굴과 지원을 통해 여성 정치인들이 의회나 자치단체에 더 많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 상황에 대한 인식에 기반한 다양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역여성조직으로서 선거 국면에만 한시적으로 활동할 게 아니라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 선거 후에도 의정활동의 모니터링과 평가, 그 대안 제시에 이르기까지 여성정치인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여성주의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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