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연대하자, 분노하자, 지켜보자
[여성논단] 연대하자, 분노하자, 지켜보자
  • 변신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 승인 2018.02.05 19:32
  • 수정 2018-02-0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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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해자의 시대는 끝났다”

서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려면

우리도 움직여야 한다

 

검사의 ‘미투’(Metoo) 발언은 역사적 장면이 될 것이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가해자의 시대는 끝났다.”

사실, 서 검사가 재직하는 통영지청에 응원의 꽃다발이 전해지는 것을 보면서도 이 사건의 추이에 반신반의했다. 혹시 한 사람의 피해자를 앞세우고 꽃다발 뒤에서 격려만 할까 두렵기도 했다. 이를 정쟁삼거나 여성혐오 담론으로 덮어 버리려는 시도가 보여 염려스럽기도 했다. 범법을 종교의 이름으로 용서하는 나라, 불의를 말하면 불이익을 당하는 경험들이 생소하지 않은 현실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집단지성은 견고해졌고 미투 발언을 한 검사의 대응도 나약한 피해자 코스프레를 벗어 던졌다. 이 과정을 보며 문제는 본질적 골격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럼에도 이 일들을 우리 사회의 역사적 장면으로 만들기 위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2009년 배우 고 장자연씨의 폭로, 2년 전 문학계의 성폭력 고발, 지난해 한샘의 직장 내 성폭행 사건 등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잇달았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은 벗겨지지 않았다. 그뿐인가.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 가해자에게 유리한 법적 잣대, 불투명한 사건 처리 등으로 피해자에게 2차, 3차 가해를 해온 것을 너무도 많이 보아왔다. 두터운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피해자가 꽃뱀으로 몰리기까지 했다. 말만하면 꽃뱀,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려 봐야 너만 손해라는 협박이 검찰 조직의 문제에서도 흘러나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제언한다. 첫째, 연대하자. 한국의 미투 운동은 그동안 생존자 말하기를 통해 부당함을 알려왔던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우리는 이미 2003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시작한 생존자 말하기의 역사가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이 두터웠던 시기에 용기 있게 피해를 말했던 그들을 변화의 주인공으로 맞이하자. 과거부터 미래까지 미투인 것이다. 최근 여성단체에서 나서서 피해자의 곁을 함께 한 것 역시 깊은 의미가 있다. 함께하는 것이 이기는 길이다.

둘째, 분노하자. 부당한 위계질서의 강요와 이를 관행화하는 남성적 조직 문화에 분노하자. 이는 부당한 편먹기, 힘 가진 자들의 결집하는 행위와 맥이 같다. 이러한 분노에는 남녀가 없다. 동료 직원을 성적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비뚤어진 조직 관행을 더 이상 관용하지말자. 미투와 위드유(With you)의 진실을 사실에 근거해 명징하게 바라보자.

셋째, 지켜보자, 국가가 젠더폭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 지켜보자. 무엇이든 정치적 문제로 이해하고 반응하는 조급함을 버리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법무·법조계가 해결책을 내놓는 것을 보고 그들이 주인인 국민에게 바른 가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능력이 있는지 우리가 지혜롭게 살펴보자.

입춘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 해충도 없이 맑은 꽃이 필 새 봄을 기대한다. 미투의 꽃다발도 위드유와 함께 시듦 없이 청청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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