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화감독조합, 성범죄로 징역형 받은 모 감독 제명
[단독] 영화감독조합, 성범죄로 징역형 받은 모 감독 제명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2.05 11:52
  • 수정 2018-02-08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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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제명됐다.
 피해자가 재학 중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관계자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AFA
지난해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감독이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제명됐다. 피해자가 재학 중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관계자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AFA

KAFA 재학중 유사강간 혐의로 유죄 판결

피해자 ‘미투’ 운동 동참해 최근 폭로

한국영화감독조합 “가해자 제명 의결”

“그간 영화계 내 2차가해 심각

KAFA 교수들, 알고도 쉬쉬…

피해자 비난·합의 종용” 피해자 주장

“2년간 혼자 앓았지만 또 한명이

용기 내준다면 의미있는 폭로 될 것”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청룡영화상·부일영화상 등을 받은 A감독이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피해자의 폭로로 알려졌다. (사)한국영화감독조합은 5일 이사회 의결로써 A감독의 제명을 결정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주최측인 여성영화인모임은 5일 오후 이 사안 관련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건 당시 A감독과 피해자가 재학 중이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측이 이를 은폐하려 했고, 일부 교수들은 피해자를 비난하며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등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성 영화감독 B씨는 지난 1일 ‘미투’(Metoo) 운동에 동참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고발했다. A감독과 B씨는 KAFA 재학생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지난 2015년 4월 두 사람은 동기·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 만취한 B씨가 몸을 제대로 못 가누자 일행은 B씨를 인근 모텔로 데려가 재운 후 헤어졌다. 이 감독과 B씨만 모텔 방에 남았고, 이 감독이 B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며 유사성행위를 했다. 

잠에서 깬 뒤에야 이를 알게 된 B씨는 A감독을 준유사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는 A감독에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유사강간”한 혐의로 징역2년에 집행유예3년, 성폭력예방교육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A감독은 1심 선고 전 변호사를 통해 피해자 측에 ‘합의를 원한다’며 사과문을 보냈으나 거부당했다. A감독은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으나 모두 기각됐고, 대법원은 지난해 12월22일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피해자는 지난 1일 ‘미투’ 운동에 동참하며 SNS를 통해 이 감독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고, 자신이 사건 대응 과정에서 KAFA 관계자로부터 2차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피해자는 지난 1일 ‘미투’ 운동에 동참하며 SNS를 통해 이 감독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고, 자신이 사건 대응 과정에서 KAFA 관계자로부터 2차가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캡처

이 과정에서 A감독은 범행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보다 피해자를 탓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한다. “A감독은 내가 레즈비언이며 자신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고, 나와 남자친구는 ‘위장’ 관계이며, 내 작품에서 성적 호기심이 드러난다는 식으로 몰아갔다”고 B씨는 밝혔다. 

KAFA 관계자들의 대응이 부적절했고 2차가해가 일어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해자의 지도교수였던 C교수는 피해자를 수차례 불러내 사건 은폐와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고 한다. “신중하지 못하게 왜 고소를 하느냐” “이 일은 원장과 나만 알고 있겠다. 남들에겐 알리지 마라” “기자들이 알면 큰일이다. 학교에 불명예다” “여자들끼리 이런 일 일어난 게 대수냐”, “가해자를 불러줄 테니 한 대 패고 끝내면 안 되겠냐” “걔(가해자)가 사과하겠냐. 네가 합의해줘라” 등 발언도 했다. B씨는 “C교수의 태도를 견디기 너무 힘들어서 울면서 그만하시라고 읍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C교수는 수업 중에도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B씨는 “내 영화 중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붙잡아 데려가는 씬을 두고 C교수가 “저기서 여자가 남자를 왜 만져? 네 무의식이 스킨십을 원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배우들의 즉흥 연기다. 무의식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따졌으나 다른 교수들의 만류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C교수는 가해자 측 증인으로 서서 “B씨의 평소 행동이 발칙하며 B씨의 영화에선 성적 호기심이 드러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C교수의 언행에 분노해 탄원서를 썼으나, “당시 아카데미 재학 중이고 C교수와도 자주 마주치는 상황이라 문제가 커지길 원치 않아 추가 소송은 하지 않았”다. 

다른 교수들은 침묵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교수들의 진술서를 요청했으나, 다들 미안하지만 부담스럽다며 거절했다. 한 교수는 내게 “사람이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의 손길을 원할 수 있다. 진실은 가해자만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원식 KAFA 원장도 나를 불러서 “좀 더 신중하지 그랬냐. 쉽게 고소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B씨는 “A감독이 재판을 수십 번 연기한 탓에 재판은 2년을 끌었다”며 “재판 기간 동안 가해자는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 활동 및 각종 대외 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올해의 여성영화인상까지 받은 가해자의 행보는 나에게 놀라움을 넘어 인간이란 종에 대한 씁쓸함마저 들게 했다”고 밝혔다. A감독은 지난해 12월 ‘2017 여성영화인 축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제38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10월 제26회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유죄 판결이 나온 후에도 KAFA 홈페이지에는 A감독의 수상 소식과 영화제 상영 소식이 올라왔다. 

 

A감독의 성폭력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유죄 판결이 나온 후에도 KAFA 홈페이지에는 A감독의 수상 소식과 영화제 상영 소식이 올라와 있다. ⓒKAFA 홈페이지 캡처
A감독의 성폭력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유죄 판결이 나온 후에도 KAFA 홈페이지에는 A감독의 수상 소식과 영화제 상영 소식이 올라와 있다. ⓒKAFA 홈페이지 캡처

B씨는 “사건 공론화 여부를 떠나 당연히 가해자가 학내 상벌위원회에 불려가야 하고, 잘려야 하며, 배급사는 가해자의 작품을 배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무 조처가 없고, 학교에선 이 일을 덮으려고만 드는 걸 보고 체념했다. 누구 하나 내 편 같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 11월 개봉한 A감독의 영화 배급사가 이 사건에 대해 알면서도 감독이 참여하는 각종 공식 행사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배급사 측은 이에 대해 5일 “우리도 최근에 기사를 보고야 알았다. KAFA 측도 이 일에 관해 알려준 적 없다”고 밝혔다. 

B씨는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 대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여성의전화’ 등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렵게 피해 사실을 알렸을 때 이제 알아서 미안하다면서 나를 응원하고 지지한 동기들과 주변인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의 요지가 ‘침묵하라’였다. 알려서는 안 된다는 겁박과 말하면 너도 다친다는 걱정 속에 2년을 혼자 앓았다. 이 글을 읽고 또 한 명이 용기를 내준다면 내 폭로도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SNS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여성신문은 A감독과 C교수, KAFA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여러 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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