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즌부터 적용 

“그리드 걸, F1 브랜드 가치·

사회적 규범에 맞지 않아”

 

F1이 성 상품화 지적을 받아온 ‘그리드 걸’ 제도를 폐지한다. ⓒWikimedia Commons
F1이 성 상품화 지적을 받아온 ‘그리드 걸’ 제도를 폐지한다. ⓒWikimedia Commons

세계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포뮬러원(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이하 F1)이 ‘성 상품화’ 지적을 받아온 ‘그리드 걸’(Grid girl) 제도를 폐지한다.   

F1을 운영하는 포뮬러원그룹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홈페이지 공식 성명을 통해 “오는 2018 시즌부터 그리드 걸 제도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드걸은 F1 경기에 앞서 스폰서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선수의 이름판을 들거나 사진 촬영 포즈를 취하는 역할을 하는 여성들로, 보통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숀 브래치스(Sean Bratches) F1 상무이사는 “그리드 걸 고용은 지난 수십 년간 F1 그랑프리의 관행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 관행이 우리의 브랜드 가치, 사회적 규범과 맞지 않다고 본다. F1과 전 세계 F1의 팬들에게도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그리드 걸 폐지는 오는 3월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2018 시즌 오스트레일리아 그랑프리’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 방침은 그랑프리 주에 열리는 F1의 다른 모터스포츠 시리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국의 여성단체 우먼스포츠트러스트(Women’s Sport Trust)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F1의 결정을 환영하며 “사이클링, 복싱, UFC 등 여성 모델을 경기장에 세우는 다른 종목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대 여론도 있다. F1 소속 그리드 걸인 레베카 쿠퍼(Rebecca Cooper)는 지난 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여성 인권을 위해 싸운다’는 여성들이 다른 여성이 뭘 할 수 있고 없는지를 왈가왈부하고, 우리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일을 빼앗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극단으로 치달았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F1 소속 그리드걸 레베카 쿠퍼(Rebecca Cooper) 트위터 ⓒ레베카 쿠퍼 트위터 캡처
F1 소속 그리드걸 레베카 쿠퍼(Rebecca Cooper) 트위터 ⓒ레베카 쿠퍼 트위터 캡처

우먼스포츠트러스트는 성명에서 “이건 페미니스트와 모델이 대립하는 문제가 아니”며, “세계적 기업들이 2018년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존중받고 묘사될 것인지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기에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 그들이 그렇게 결정한 것은 상당히 칭찬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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