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딸의 정의당 입당

현직 검사의 성폭력 폭로

눈치 보지 않고 소신 따라

행동하는 여성들의 모습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이례적이고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이 집권 여당이 아니라 야당인 정의당에 입당하고, 현직 여검사가 8년 전 당시 법무부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이다. 문 대통령 딸 다혜씨는 지난 해 대선 이틀 전인 5월 8일 광화문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해 “좋은 나라 만들어주세요. 우리 문빠 1호 아버지 딸 다혜입니다”라고 응원했었다. 그런데 다혜씨는 대선 후에 정의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혜씨의 정의당 입당은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사고와 행보는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는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에서 기성세대와 큰 차이가 있다. 정치 사회화 이론에 따르면 젊은 층의 정치적 선택은 통상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공화-민주 양당 체제가 고착화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통상 젊은 층은 진보 성향의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런데 보수 성향의 공화당을 지지하는 젊은 층은 대부분 부모가 공화당 당원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개인주의가 아직 약하고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다혜씨의 선택은 분명 특이하지만 신선함을 준다. 문 대통령은 ‘딸의 선택을 존중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딸은 딸의 삶이 있다”는 말을 응원한다고 했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어느 분의 딸인지 혹은 아들인지 중요하지 않다. 정의당에게 중요한 건 당원이 된 당사자의 생각과 선택입니다”라는 것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다혜씨의 정당 활동의 적절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당사자의 선택과 민주적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 정당은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30대 중반 육아 맘인 다혜씨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은 정의당이 내세우고 있는 성평등적 정책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남편이 3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 휴직을 하도록 하고 육아휴직 시 임금을 기존 40%에서 60%로 인상하는 등의 공약을 내놨었다. 이밖에도 슈퍼우먼방지법과 여성고용 공시제 등을 제시했다. 다혜씨가 정의당의 이런 여성친화적 정책에 마음이 움직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하튼 좋은 정책이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을 사람의 마음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에 근무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2010년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번 일로 여성들이 모든 일상과 사회생활에서 얼마큼 성범죄에 노출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있는지 잘 드러났다. 여하튼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로 그동안 풍문으로만 무성했던 검찰 내 ‘성추행’ 적폐 문화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성범죄를 해결해야 할 검찰 조직이 의혹을 덮고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검찰 내 성희롱이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도록 혁신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직접 검찰 문화 혁신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과거와 같이 용두사미식 개혁으로 끝날지 걱정된다. 서 검사는 8년 전의 일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범죄 피해자분들께,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서 검사의 이런 용기 있는 외침이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대통령 딸의 야당 입당과 현직 여검사의 폭로가 주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함의는 당당하고 용기 있는 여성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실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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