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 목표보다 수단이 문제
[여성논단]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 목표보다 수단이 문제
  •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여성환경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18.01.31 18:46
  • 수정 2018-02-02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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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시작해

민간기업으로 확산하고

정책 목표 효과적인

정책수단에 비중 둬야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한 기대치와 현실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정책의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부터 그 격차를 줄이는 데 장애가 되는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고, 그 장애들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흔히 정책수단을 ‘실질적 정책수단(substantive policy means)’과 ‘도구적 정책수단(instrumental policy means)’으로 분류한다. 전자는 정책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을, 후자는 실질적 정책수단을 실현시키기 위해 동원하는 보조적 수단 – 설득이나 유인책, 강압적 방법론 등을 말한다. 도구적 정책수단은 일종의 순응기제인 셈이다. 정책 실현의 의지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것은 목표보다 수단이 아닐까 싶다.

최근 정부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공무원, 교원, 군인, 경찰 등의 여성 대표성 확대 목표와 함께 2022년까지 공공기관 임원의 여성 비율을 20%(OECD 평균 20.5%), 중간 관리직 여성 비율을 28%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목표제를 최초로 도입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행 방안으로는 전체 공공기관의 이사 등 임원직에 여성을 최소 1명 이상 선임하도록 권고(이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에 반영), 임원추천위원회 여성 비율이 20% 이상 되도록 인사지침 개정, 인사지침상 관련규정의 준수 여부 점검, 각 기관의 노력과 성과를 경영평가에 반영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행 방안들이 ‘권고’ 수준이거나 보완적 수단 위주이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과 같은 강력한 수단은 보이지 않는다.

공공기관 이사회의 여성 비율을 확대하도록 동법 제18조 이사회 구성에 관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임원추천위원회에 여성 비율 20% 달성도 인사지침 보다 동법 29조(임원추천위원회) 조항 및 동법 시행령 제23조(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명기해야 한다. 공공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여성 임원 비율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동법 제48조(경영실적 평가) ⑤항3 ‘직원의 고용 형태 등 조직·인력 운영의 적정성’에 성별 고용 및 여성 임원 임용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의 지표에 반영하는 것도 물론이다.

지난해 12월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방향’ 보도자료에서 공공기관 본연의 목적인 공공성 및 사회적 가치 실현 소홀, 기관 특성을 무시한 획일화된 평가체계 및 지표, 전문가 중심의 폐쇄성 등의 문제가 파악됨에 따라 평가체제를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종전에 ‘조직 및 인적자원 관리’ 지표의 세부항목으로 다루던 여성 관리자 확대를 2018년 개편안에서는 ‘사회적 가치 구현’의 세부항목 중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으로 이동했다. 이에 공기업은 4점, 준정부기관은 3점을 배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졸자·지역인재·여성관리자 확대’를 묶어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배점도 낮다는 문제점이 발견된다.

현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의3(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시행계획의 수립·제출 등)의 ①은 이 제도를 전체 공공기관에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는 ‘남녀 간의 고용차별을 없애거나 고용평등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제도다.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 및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직종별 남녀근로자 현황 및 관리자 현황을 분석하고, 규모별, 산업별 30개 부문 평균 여성 고용률 및 평균 여성 관리자 비율을 산정한다. 이 비율이 각 부문 평균치의 70% 미만인 사업장에 대해 개선계획 수립 및 이행토록 지도하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이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별 실효를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강력한 유인책이나 벌칙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진정으로 공공기관의 여성 관리자 및 임원 확대에 의지를 두고 있다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를 무시하는 공공기관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기재부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부문 의사결정직의 여성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실질적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것도 매우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2006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를 도입하던 당시 미국의 계약준수제와 같이 정부의 조달계획과 연동시키고자 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AA를 조달업무와 연계시켜야 한다. 조달청의 2018년 업무계획을 보면 ‘일자리 중심 공공조달 정책 추진’을 위해 ‘정부 입찰 및 우수조달물품 심사에 고용창출 우수기업 우대 및 고용·노동 분야 위법행위 기업에 불이익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반면 AA와 연동해 여성 대표성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은 없다.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거나 여성 임원이 일정 비율을 상회하는 업체는 입찰 가산점을 주는 방안, 여성 관리자나 임원 비율이 동종업계 평균 미만인 업체는 감점이나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여성 대표성 제고 정책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전면 실시할 수 있는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점차 민간기업으로 확대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책 목표 자체보다 효과적인 정책수단에 비중을 둬야 한다. 우리사회의 젠더정의를 실현하고, 고질적인 부패와 인사비리 척결, 투명성과 혁신 잠재력 증진을 위해서도 여성 대표성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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