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성폭력 피해자 분들에게 ‘당신의 잘못 아니란 것’ 말해주고 싶었다”
서지현 검사 “성폭력 피해자 분들에게 ‘당신의 잘못 아니란 것’ 말해주고 싶었다”
  • 강푸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1.30 05:47
  • 수정 2018-01-30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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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성추행 고발한 현직 여성 검사

직접 방송 출연해 심정 밝혀

지난 26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간부로부터의 성폭력 피해 및

인사상 불이익·부당한 사무감사 지적 폭로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간부로부터의 성추행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및 사무 감사 지적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영상 캡처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간부로부터의 성추행 피해 사실과 그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및 사무 감사 지적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영상 캡처

지난 2010년 법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한 현직 여성검사가 방송에 출연해 심정을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제가 범죄 피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아닌가’ ‘내가 굉장히 불명예스러운 일을 당했구나’라는 자책감에 괴로움이 컸다”며 “그래서 이 자리에 나와 성폭력 피해자 분들에게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었다. 제가 그것을 깨닫는 데 8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서 검사는 “2010년 10월 경 어느 장례식장에 참석했고, 모 검찰 간부가 동석했다. 당시 제가 (가해자인) 안모 검사 옆자리에 앉게 됐다”면서 “그는 제 허리를 감싸 안고 엉덩이를 쓰다듬은 행위를 상당시간 지속했다”고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자리에는 법무부 장관도 함께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있었고 그 옆자리에 안 검사가 앉아 있었다. 제가 바로 그 옆에 앉게 됐는데, 주위에 검사들도 많았고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 저는 몸을 피하면서 (안 검사의) 손을 피하려고 했지,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를 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당시 현실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환각을 느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장례식장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었고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었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전했다.

사건 이후 피해 사실을 얘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2010년 당시는 지금과 분위기가 달라서 성추행 얘기를 꺼내기 굉장히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게 제가 몸담고 있는 검찰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면서 “이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대두됐을 때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3차 가해가 가해지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또 그는 “검찰 내에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적도 있었지만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 피해를 입은 여성 검사들에게 오히려 ‘남자 검사 발목 잡는 꽃뱀이다’라고 얘기하는 걸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성추행 사건 이후 인사상 불이익과 직무 감사까지 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사무 감사 지적부터 시작됐다. 검찰에서는 정기적으로 검사가 처리한 업무에 대해 감사를 한다. 제대로 사건을 처리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라며 “당시 제가 수십 건을 지적받았다. 검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사무 감사 지적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원래 서울 북부지검에서 일했다는 그는 “그 감사 이후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고 이후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통영지청에는 경력검사 자리가 딱 한 자리 있다. 통영지청 정도 규모의 청에는 3~4년차 검사가 근무한다. 그런데 제가 지금 15년차 검사”라며 “제가 통영지청에 발령받았을 때는 이미 제 아래 기수 검사가 경력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경력검사가 2명이 배치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저를 검찰총장 경고 이후 통영지청에 발령했다고 법무부는 주장하는데, 보통 총장 경고는 징계는 아니다”라며 “징계 받은 검사들도 이렇게까지 먼 곳으로, 기수에 맞지 않게 발령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에서는 “(서 검사의) 인사상 불이익에 대해 살펴봤지만 발견하지 못했다”고 답변했으며, 서 검사는 “법무부에서 그렇게 얘기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8년 동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 검사는 성추행 사실에 대해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서 검사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가해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보고 있던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추행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방송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말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격려와 연대의 말을 전했다. 서 검사는 “저는 제가 성실히 근무만 하면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당당하게 근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검찰개혁 문제도 시간 지나면 자연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입 다물고 있으면 절대 스스로 개혁이 이뤄지진 않는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가 최근에 종교에 귀의를 해서 회개하고 구원받았다고 간증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범죄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입은 건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방송 출연에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미래 범죄에 용기를 주어선 안 되겠다는 간절함으로 힘겹게 글을 쓰고 있다”며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간부 안아무개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공공연한 곳에서 갑자기 당한 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만 해도 성추행 이야기를 꺼내기 어려운 검찰 분위기와 성추행 사실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검찰 이미지 실추 및 피해자에게 가해질 2차 피해 등의 이유로 고민하던 중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정리했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사건 이후) 갑자기 사무 감사에서 다수 사건을 지적받고, 사무 감사 지적을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전결권을 박탈당하고,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인사발령의 배후에 안 검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안 검사의 성추행 사실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앞장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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