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배달의_민족_불매 게시글. ⓒ트위터 캡처
24일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배달의_민족_불매 게시글. ⓒ트위터 캡처

부정적 리뷰 남긴 소비자들

주소·전화번호 등 무단 공개·협박한 음식점 주인 

‘삭제권한 없다’며 방치하다

뒤늦게 사과한 배달의 민족

‘#배달의_민족_불매’ 해시태그 등 불매운동 일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음식 배달앱 ‘배달의민족’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음식점 주인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앱상 유출해 협박했는데도, 배달의민족은 ‘권한이 없다’며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이 뒤늦게 사과하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해당 앱을 삭제하거나 불매운동 의사를 밝혔다.

지난 23일 직장인 여성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신상정보 가지고 협박하는 강남 파스타 배달음식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배달의민족 앱을 통해 서울 강남구의 한 파스타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그러나 “음식을 시킨 지 70분이 넘도록 안 와서 전화를 해보니 요청사항에 ‘문 앞에 둬 달라’고 썼다고 아무 말 없이 그냥 음식만 놓고 갔다”며 음식점 주인에게 항의했다. 주인은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A씨는 앱 리뷰 게시판에 해당 가맹점에 대한 불만 글을 올렸다.

 

음식점 주인은 A씨가 올린 리뷰 글에 댓글을 달고 A씨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유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음식점 주인은 A씨가 올린 리뷰 글에 댓글을 달고 A씨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유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를 확인한 음식점 주인은 댓글을 남겨 “새벽 5시에 이러고 있는 거 부모님이 아시냐”며 “XXX 사시는 분 본인만의 세상 가서 혼자 사시라”며 A씨와 주소, 연락처 등을 공개했다.

A씨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을 확인한 즉시 배달의민족 측에 전화를 걸어 해당 댓글 삭제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삭제권한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고 했다. 배달의민족은 A씨에게 “우리는 삭제권한이 없고, (개인정보를 유출한) 업소 측에 제재를 가하지도 않겠다”며 “리뷰를 삭제해도 A씨의 개인정보가 담긴 업소 측의 댓글은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너무 두려웠다. 혼자 사는데다 가족, 친구와도 연이 없어 고립된 상태다. 당장 누군가 찾아오면 속수무책으로 변을 당할 것이 분명해 더 무서웠다”고 밝혔다.

 

해당 음식점 주인은 A씨 뿐만 아니라 불만 글을 올린 다수의 여성 고객의 주소와 연락처를 댓글로 공개해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당 음식점 주인은 A씨 뿐만 아니라 불만 글을 올린 다수의 여성 고객의 주소와 연락처를 댓글로 공개해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당 음식점 주인은 과거에도 배달의민족 앱에 자신의 서비스에 대해 부정적 리뷰를 올린 다른 고객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댓글로 공개해왔다. A씨는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등) 주인이 저런 태도를 취하는 대상이 대부분 여성”이라며 “다른 남자들에게는 저런 협박성 댓글을 거의 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사연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 24일부터 트위터에는 ‘#배달의_민족_불매’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트위터리안 N_o_****는 “직무에만 이용하라고 제공받은 혼자 사는 여성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온라인에 공개한 가맹점도 소름 끼치고 공개적으로 논란이 되기 전까지 미적지근했던 배달의 민족 태도도 역겹다.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는 절대 다시 이용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리안 MN8**** 또한 “점주가 악의로 개인정보를 공개해도 사이버 수사대에 직접 신고 넣으라 하는 배달 앱, 무서워서 쓰겠나”는 글을 남겼다. R_uva****는 “무서워서 배달의 민족 탈퇴한다. 앞으로는 여성 고객의 신상을 털어 유포하는 가맹점을 보호하지 말고, 여성 고객을 좀 보호해 달라”고 말했다. Alw****는 “내 개인정보를 어디에 팔아넘길지도 모르는데 저기에 어떻게 배달을 시키나”고 했다.

배달의민족 측은 뒤늦게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려 “문제가 되는 업소의 댓글을 노출 차단하고 업주에게 이번 일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대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또 관련 내용을 정부 심의관리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이 사건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해당 음식점 주인은 24일 사과글을 올렸다. ⓒ배달의 민족 캡처
해당 음식점 주인은 24일 사과글을 올렸다. ⓒ배달의 민족 캡처

음식점 주인도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24일 배달의민족 앱 내 자신의 업소 페이지를 통해 “어제 한 분이 올리신 리뷰에 대해 너무 과하고 부적절하게 반응해 사과 말씀을 올린다“며 “당사자나 배달의민족, 그리고 다른 손님들께 불편함과 불쾌함을 드려 너무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모습 다시는 없으리라 약속드리며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판은 계속됐다. 배달의민족이 피해자에게 1만원 할인쿠폰을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로그에는 “공론화되니 피해자한테 만 원 쿠폰으로 퉁치려는 건가” “정말로 반성하고 강경대응 할 거면 사과문을 블로그에 올릴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보는 어플에 올려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본래 배달의민족은 해당 음식점 주인에게 경고와 재교육만 하겠다고 밝혔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25일엔 이 음식점과의 광고 계약을 모두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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